‘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도전을 취재하기 위해 8일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조별리그 1,2차전이 열리는 ‘결전의 땅’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입성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도 모자를 판에 첫 날부터 눈 뜨고 코 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하게 바가지를 쓰는 바람에 맥이 쭉 빠지네요.
멕시코 치안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호객행위 하는 택시나 지나가는 택시를 무턱대고 잡아탔다간 바가지를 쓸 수도 있으니 택시를 타야 하면 어플리케이션 플랫폼 기반의 택시를 이용하라는 얘기를 입국 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과달라하라 공항을 나와보니 현지 경찰이 ‘우버’ 택시를 심하게 규제하고 있었습니다. 정식 택시들의 항의 때문인지 우버를 통해 영업하려는 ‘싸제 택시’들은 공항 근처 도로에 차를 세우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공항에서 좀 벗어난, 우버 택시들이 모인 곳으로 가도 경찰들의 규제로 차들이 헤쳐모여하기 일쑤였습니다. 우버 어플 상으로 잡혔다가 취소된 택시가 6대가 넘어가자 부아가 치밀더군요. 장기간 비행에 피곤하기도 해서 빨리 호텔로 가서 짐부터 풀고 싶은 마음에 ㅋㅋ 결국 공항 근처로 돌아가 호객하던 택시를 타게 됐습니다. 가격 흥정은 없었지만, 우버 상으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300페소(약 2만7000원)였으니 이쯤 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30분 가량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저와 후배 기자까지 두 명이니 300페소씩 해서 총 600페소를 달라더군요. 비싼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낼 만하다 싶어 OK했죠.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영수증을 요청하는 와중에 휴대폰으로 날아온 결제내역을 보니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결제 금액이 600페소의 열 배인 6000페소였거든요. 그래서 ‘너, 결제를 잘 못했다. 취소하고 다시 결제해라’고 요청하자 그는 ‘식스(Six)가 아니라 식스티(Sixty)’였다며 오리발을 내밀더군요. 옥신각신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그 기사 녀석은 통화를 하는 척하며 슬그머니 차에 타더라고요. 도망치려는 낌새가 분명했습니다. 이를 눈치 챈 저는 운전석 문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고, 어떻게든 저도 차를 멈춰세우게 할 요량으로 끝까지 운전석 문을 잡고 함께 달려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 놈이 차의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원심력을 이기지 못한 저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그리고는 도로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입국하자마자 약 54만원의 ‘눈탱이’를 맞으니 왜 멕시코가 아직 개발도상국, 후진국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상에선 마약 카르텔이나 무법천지로 그려지던 멕시코지만, 현실에선 아직 법치가 살아있더군요. 저와 후배가 기사 놈과 실랑이하고 제가 내동댕이쳐지는 걸 호텔 직원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고, 호텔 CCTV에도 다 찍혔습니다. 저는 카드사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가맹점의 매입 확정이 되어도 분쟁조정을 하겠다는 등의 조치를 확실히 취했습니다. 호텔 측도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빠르게 달려와준 현지 경찰과 호텔 로비에서 만나 제가 줄 수 있는 정보(카드 결제내역 등)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CCTV에 찍힌 정보를 종합한 결과, 용의자를 특정해 잡았다는 소식을 이 칼럼을 쓰는 와중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자마자 봉변을 당했으니 액땜한 셈 쳐야할까요. 저의 이런 눈물겨운 액땜이라도 홍명보호의 선전에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라봅니다. 아니 반드시 멕시코는 이겨주길. 저 역시 기자이기 전에 한국인으로써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에필로그
잘못은 그 택시 기사가 했는데, 호텔 측에서 미안하다며, 멕시코 사람들은 다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며 디저트와 차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내일 또 경찰이 호텔로 와서 이런 저런 것을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월드컵 취재와서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 현지 경찰들을 먼저 만나야 하다니. 한 달여 간의 월드컵 출장이 마지막엔 ‘해피 엔딩’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