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제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4288곳 중 140곳에 달했다. 지난 5일 발표보다 무려 73곳이 늘었다. 사상 초유의 참정권 침해 사태로 ‘부실 관리’ 비난이 쏟아졌는데도 투표용지 추가 송부 투표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니 한심하다. 이 가운데 투표 중단 후 재개된 투표소 역시 26곳으로 4곳 늘었고,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에서 최대인 105분간 투표 중단이 이어졌다고 한다. 투표용지 부족 규모도 전국 투표소 50곳 4726장에서 91곳 7194장으로 1.5배나 커졌다.
충북 청주에선 선거인 명부 누락으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발생해 낙선한 김영환 충북지사가 “승복할 수 없다”며 부정선거 의혹까지 제기했다. 지역 선관위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한 투표소에서 일부 유권자 명단을 누락한 채 선거인 명부를 출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왜 사전에 검증하지 못했는지 혀를 차게 한다.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기간 및 범위, 위원 배분 등을 두고는 이견을 보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견줘보면 정략적 유불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시급히 국정조사 계획에 합의하고, 관련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수사만으로 부족하면 국민의힘 주장대로 특검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런 긴급 상황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였다. 본투표용 투표용지 사전 인쇄와 투표소별 배정 등도 낙제점을 받았다. 수사는 진상규명과 선관위 시스템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곳곳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은 인천·광주·전남의 사전투표 득표수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 광역자치단체 일부 지역의 여야 후보 사전투표 득표수가 같게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는 득표율이 2년 전 22대 총선과 0.0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관위를 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괴담 수준의 부정선거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선관위 투표관리 부실 사태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