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이어지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외에 홍해까지 통제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방은 ‘일단 멈춤’이지만 충돌의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
8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가아니 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르무즈해협부터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페르시아만에서 홍해까지 새로운 저항의 안보 벨트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예멘의 영웅적이고 행동은 저항전선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며 예멘의 친이란 성향 무장정파인 후티가 홍해 장악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가아니 사령관은 아울러 “필요하면 다른 이들도 동참할 것”이라면서 후티 외에 추가적인 외부세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인도양과 홍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홍해 내부 수에즈운하를 통해 지중해까지 이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무역로 중 하나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 정도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수송 비중도 상당해 글로벌 수송량의 10%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지난다. 이미 전 세계 에너지 수송량의 25%를 점유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막힐 경우 에너지 ‘동맥경화’는 한층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의 가장 좁은 지역이 26㎞에 불과해 정규군이 아닌 후티 정도 세력도 이란의 적극적 지원을 받을 경우 상당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전쟁 발발 후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자 중동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일 평균 원유 수출량의 70%를 홍해에 있는 얀부로 내보냈고, 이는 에너지 시장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며 “후티반군이 홍해 해상운송을 지속해 방해하거나 선박, 항만을 공격한다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이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를 직접 비판한 것도 이런 해상 통제력 강화 움직임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종전 협상 이란 측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음성메시지를 통해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에 대해 “전쟁범죄이며 적의 음모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면적 계획을 통해 우리는 해상봉쇄를 그들에게 또 다른 패배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후티와 연계해 홍해 통제까지 나설 경우 위태롭게 이어오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은 또다시 뒤틀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종전 협상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상호 공격으로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해 상황은 진정된 것처럼 보이나 불씨는 여전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새로운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본토를 언제든 다시 때리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도 재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격을 구실로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 전역을 타격, 최소 8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협상 타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미국 프로농구(NBA) 파이널 경기를 관람한 뒤 복귀하며 기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합의를 이루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이틀이나 사흘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고 말한 횟수는 최소 37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