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가수 겸 사업가 효민과 그룹 아이브(IVE) 장원영의 집을 살펴보면 하나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거실 천장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큼직한 ‘메인등’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우물천장 틈새를 따라 간접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채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메인등에서 레이어드 조명으로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했던 조명이 현재 공간의 용도에 맞게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연출하는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거실 천장 중앙에 크고 평평한 직부등이 필수 공식처럼 자리했다. 형광등을 품은 메인등은 거실의 어둠을 걷어내는 절대적인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빛이 평면적이고 그림자가 거의 없어 공간의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반대로 메인등을 등지게 되면 짙은 그림자가 져 빛의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쉬웠다.
이후 실내 주조명으로 형광등 대신 LED 조명이 보편화되고, 미니멀 인테리어가 큰 인기를 끌면서 메인등 하나에 의지하기보다 간접조명이나 매립등(다운라이트)으로 광원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최신 리모델링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 5월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실시한 ‘후회 없는 리모델링 톱 10’ 설문조사에서 간접조명 시공이 3위에 올랐다.
간접조명은 우물천장, 아트월(벽면), 커튼 박스 틈새 등에 조명을 숨기는 방식이다. 광원이 눈에 직접 노출돼 피로감을 주던 직부등과 달리, 간접조명은 빛을 천장이나 벽면에 한 번 쏴서 반사된 빛으로 공간을 밝힌다. 눈이 편안할 뿐만 아니라 공간의 테두리까지 고르게 빛을 채워 거실이 한층 넓고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시공 후기에는 “기존 형광등이나 메인 조명만 있을 때는 집이 그저 ‘생활 공간’ 느낌이었는데 간접조명을 켜는 순간 호텔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메인등을 밝게 안 켜도 은은한 조명만으로 충분해서 밤에 훨씬 아늑하고 눈도 덜 피로하다” 등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나아가 최근 인테리어에서는 조도를 유지하되 빛을 다양하게 쌓는 ‘레이어드 조명’ 방식이 기본 설계로 자리 잡는 추세다. 공간 전체를 밝히는 일반조명이나 간접조명을 기본으로 두고, 액자나 오브제를 강조하는 포인트 조명, 독서나 요리 등을 돕는 작업(태스크) 조명을 섞어 쓰는 식이다. 상황과 용도에 맞춰 원하는 빛만 켜두는 맞춤형 조명의 시대가 열렸다.
◆천장 공간의 변화
거실 메인등이 사라진 배경에는 천장 구조의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과거 거실 천장은 커다란 메인등을 지탱하고 장식하기 위해 투박하고 두꺼운 네모난 등박스를 두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미니멀 인테리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시야를 답답하게 가로막던 중앙 등박스도 메인등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실내 체류 시간이 길어지자, 더 넓고 탁 트인 공간을 향한 사람들의 갈망이 커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확 트인 개방감과 높은 층고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우물천장’이다. 우물천장은 천장의 일부를 우물처럼 음푹 들어가게 시공해, 기존 천장고보다 약 10cm 정도 높인 방식을 말한다. 수직적인 개방감을 줘 집을 더 넓어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천장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단차가 생긴 부분에 간접조명을 더하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 건설 업계에서는 우물천장을 적용한 신축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우물천장을 기본 설계로 채택해 대중적인 흐름으로 가는 추세가 나타난다.
층고 확장이 구조적으로 어렵거나 상대적으로 좁은 평수라면 ‘평천장’이 대안이 된다. 천장을 캔버스처럼 평평하게 마감하는 이 방식은 우물천장과 같은 수직적 확장감은 덜하지만, 면의 경계나 단차가 없어 공간을 한층 깔끔하고 넓어 보이게 만들어 준다.
◆중앙등 대신 자리 잡은 것들
거실 메인등이 사라진 천장에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최근 거실 한가운데 명당자리를 꿰찬 것은 실링팬이다. 실링팬은 회전 날개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장치이다. 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층고가 높아 실링팬이 필수 가전으로 통했다. 한국에서도 층고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올랐고, 국내로 넘어오면서 디자인과 기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국적인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공기를 고루 순환시켜 냉난방 효율을 높여주는 실용성까지 갖춰 메인등의 대체재로 떠올랐다.
빈 공간을 영리하게 채운 또 다른 아이템은 간접 등박스와 다운라이트다. 천장 가운데에 위치하던 등박스가 모서리로 이동했다. 우물천장이 없는 구조라면 벽면을 따라 간접 등박스를 덧대 간접조명을 설치하기도 한다. 천장 속에 매립되는 다운라이트는 겉으로 튀어나오는 부분이 없어 정돈된 느낌을 자아내며, 빛이 아래로 고르게 떨어져 그림자가 적다. 메인등이 사라져 부족해질 수 있는 거실 전체의 기본 조도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천장에 붙어있던 직부등 형태의 메인등은 사라졌지만 다운라이트와 함께 펜던트 등을 다는 모습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펜던트 등은 공간을 밝히는 기능뿐 아니라 확실한 디자인 오브제가 된다.
과거 획일적으로 거실 천장 중앙을 차지했던 메인등이 사라진 자리에는 우물천장·평천장 같은 새로운 공간 구조와 이를 채우는 다채로운 간접조명, 실링팬 등이 스며들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천장의 층고나 예산, 개인의 선호도 등 각자의 주거 환경이 다르기에 ‘메인등 없는 거실’이 모든 집의 무조건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거실 메인등의 절대적 지위가 저물고 있으며 그 역할을 다른 요소들이 나눠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