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진 서프컴퍼니 대표, 해상물류판 스카이스캐너 만든 청년 창업가 [내 일을 만드는 청년들]

⑤ ‘서프컴퍼니’ 최선진 대표

전화·인맥 의존하던 해상 운임, 데이터로 투명하게
중소기업 물류비 낮추는 해상 물류 공동구매
운임 비교 넘어 AI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
“같은 배를 이용해 해외로 똑같은 물량을 보내는데 누군가는 2000달러를 내고, 다른 사람은 5000달러를 냅니다. 해상 물류가 운임 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채 전화와 이메일, 인맥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에요.”

 

해상 운임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최선진(35) 서프컴퍼니 대표는 물류업계의 비효율적인 관행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5위 수출국을 넘보는 제조업 강국이지만, 물류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정보 비대칭과 비표준화된 거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물건을 실어나를 배의 공간, 즉 선복(船腹)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수출업체들은 각 선사∙물류사에 일일이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 가격을 확인해야 한다. 수출 물량이 작은 기업일수록, 친분이나 협상력이 부족할수록 같은 규모의 화물을 보내는데 더 비싼 값을 치르곤 한다.

최선진 서프컴퍼니 대표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상 운임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와 디지털 전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물류학과를 졸업한 최 대표는 업계의 선망 직장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에 2017년 입사했다.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던 그가 창업이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건 코로나19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선복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상 운임이 급등했다. 같은 항로, 같은 시기임에도 누구와 거래하느냐에 따라 운임이 크게 달라졌다. 시장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창구도 없었다. 그나마 자체 물류 조직을 갖춘 대기업들은 물량이 많은 만큼 협상력을 지녔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사업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

 

‘항공권을 비교∙검색할 수 있는 스카이스캐너처럼 해상 운임 비교 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격이 공개되면 정보 우위에서 비롯된 불합리한 마진 구조가 흔들릴 터였다. 최 대표는 2021년 현대글로비스 사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고, 이러한 문제 의식을 토대로 현대자동차그룹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당선됐다. 현대글로비스 입사 동기인 최 대표와 한지성 운영이사는 2023년 ‘서프 컴퍼니’를 세우고 50여개의 선사∙물류사로부터 확보한 운임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비교해주는 해상 운임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십∙수백 통의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지 않아도 시장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해상 물류판 스카이 스캐너’를 구축한 것이다.

업계 반응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가격이 폐쇄적으로 유지돼야 마진을 더 챙길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격을 다 공개하면 고객들이 물류비를 알게 돼 비싸게 청구할 수 없지 않느냐’며 반발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이와 함께 이런 서비스가 있어야 빨리 영업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죠.”

 

서프컴퍼니의 고객사에는 대기업도 있지만, 전문 인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많았다. 최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처럼 협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를 데이터와 공동구매 방식으로 보완했다.

서프컴퍼니는 창업 초기엔 운임 정보를 각 선사∙물류사로부터 직접 조회하거나 협업 채널을 통해 확보했지만, 현재는 자동화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부 선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선복 판매에 나서면서 운임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데이터를 축적해가며 시장 가격을 정밀하게 파악하게 된 것도 이 회사의 경쟁력이 됐다. 최 대표는 고객사의 물류비를 진단하고, 여러 기업의 물량을 묶어 보다 낮은 가격에 선복을 확보하는 공동구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구매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선복을 2000달러에 받을 때 대형 물류사는 1500달러에 받아온다”며 “우리는 그런 선복을 1700~1800달러 수준에 확보해 고객에게 2000달러보다 낮게 제공하고 있다. 소매가로 사던 가격을 도매가 수준으로 낮춰주는 공동구매 형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아용 카시트를 수출하는 A사는 서프컴퍼니를 통해 기존 대비 물류비를 20~30%가량 낮췄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이제 단순 운임 비교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서프컴퍼니 홈페이지에서 시범 운영 중인 물류 특화 AI서비스 ‘서프에이전트’는 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별 수출입 현황과 예상 물류비, 시장 정보, 최적 운송 시점 등을 안내해준다. 이날 검색창에 ‘사과 200kg’을 넣으니 ‘지난 12개월 간 1위 지역은 대만으로 23.6t 수출됐다’며 대만의 수출입 코드를 비롯한 각종 정보가 제공됐다.

서브컴퍼니 대표.(산업부 인터뷰)/2026.05.18./이재문 기자

최 대표는 “결국 고객이 알고 싶은 것은 얼마에 보낼 수 있는지, 어느 국가가 유망한지, 언제 보내는 게 유리한지에 대한 정보”라며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물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업계에 남아 있는 깜깜이 거래 관행과 낮은 디지털 전환 수준을 감안하면 혁신의 길이 녹록지는 않다. 그러나 최 대표는 “정보의 투명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AI가 발전할수록 물류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는 “일단 한번 해보라”고 조언했다. 최 대표는 “창업하면 망할까봐 두렵지만 생각보다 책임을 묻지 않고 도전하게 해주는 기회와 제도가 많다”며 “시장에 던져졌을 때의 자유가 불안하게 느껴질 순 있으나 생존을 고민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와 동시에 성공하면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