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정권 침해’ 대학생 시국선언… 정치권·기성세대 응답해야

선관위 관리 부실이 낳은 대참사
청년층의 공정·형평성 분노 유발
미래세대 희망 키우는 대책 필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불거진 2030세대 분노가 전국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어제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는 이번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했다. 대학생들의 개별 정치 참여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총학생회 차원의 전국적 연대 행동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선거 부실 사태를 계기로 기성세대와 정치권을 향한 청년층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6·10 민주항쟁이 국민의 참정권을 되찾아 온 역사였다면, 오늘 우리의 선언은 그 참정권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 “두텁게 쌓아 올려진 민주주의 위에서 자라난 우리 세대는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새긴다. 우리 청년들에게, 1인 1표라는 공정성이 훼손된 작금의 사태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학 총학들은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주권 침해에 대한 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단행, 청년·대학생 포함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개혁 감시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입시 지옥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세대는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매우 민감하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미래 불안, 연금 개혁을 둘러싼 세대 갈등 등을 겪으며 공정과 형평이 침해되면 참지 못한다. 선관위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투표용지 인쇄량 산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지역별 경험과 관행에 의존해 왔으며, 부족분을 신속히 공급할 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는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했고, 140개 투표소에 추가 물량이 긴급 공급됐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담당자의 실수가 아니라 선거 관리체계 전반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동시에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다. 선관위 내부에서조차 인력과 조직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물결에 올라타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층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사회 갈등의 원인인 양극화는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구조개혁엔 손 놓고 포퓰리즘에만 기대온 정치가 시국선언을 비롯한 청년의 집단행동을 촉발한 근본 원인이다.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이러한 청년층의 반응을 단순한 일시적 분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