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참정권 운동’… 잠실은 ‘부정선거’ 회귀 [투표지 부족사태 후폭풍]

18개大 총학, 시국선언·피켓 시위
“국조·특검 통한 진상조사·처벌을”

올림픽공원선 2030 목소리 줄고
황교안·전한길 등 극우 활동 확대

시위대 출입 저지에 체육회 ‘마비’
조롱받은 경찰 “얼마나 견뎌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10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는 시국선언과 피켓 선언에 나섰다. 2030세대 주도로 시작됐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는 엿새째를 맞아 부정선거 시위로 완전히 회귀해 ‘부정선거 대국민 보고대회’까지 열렸다.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는 6·10 민주항쟁 기념일인 이날 오후 6시 각 캠퍼스에서 시국선언과 함께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주요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하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알바트로스탑 앞에 시국선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가 놓여 있다. 연합

참여 대학은 건국대·경희대·고려대·부산대·서강대·서울과기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전북대·충북대·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 등이다. 이들은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며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국가기관에 의해 침해됐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 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등을 촉구했다.



대학가와 달리 올림픽공원 시위에선 2030세대 목소리가 확연히 줄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5분 올림픽공원 일대 체류 인구 중 60대 이상 비율은 26.1%로 전체 4분의 1을 넘겼다. 지난 주말 절반을 넘던 2030세대 비율은 34.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위 현장엔 성조기를 든 사람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고,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잠입해 시위를 어지럽힌다”는 경고는 현장 곳곳에 붙었다.

숨을 죽였던 극우 스피커들의 활동도 확대됐다.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는 오후 7시 올림픽공원 장미광장 인근에서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유튜버 전한길씨, 민경욱 전 의원 등과 함께 6·3 부정선거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시위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유튜버들의 활동도 격화했다. 시위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닌 이들은 촬영이 ‘권리’라며 경찰, 시민들을 따라다니면서 신분증·국적 등 검증을 요구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난처해진 건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 협회들이다.

협회 관계자들은 오전 8시쯤 경기장 2-1게이트 앞에 모여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체육회 측은 시위대에 “들어가는 사람만 확인하면 안 되느냐”고 말하자 시위대가 동반 입장을 요구했고, 이어 다른 시위대가 다시 진입을 반대하면서 결국 진입이 불발됐다. 각 협회들은 사무실에 돌아가지 못하면서 행정이 마비된 상태다. 일부 직원들은 시위 첫날인 5일 창문을 통해 간신히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후 사무실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협회는 월 급여·수당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위대와 협회 직원 간 충돌도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투표를 못 해서 억울한 상황”이라고 봉쇄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신분증 위조가 많다. 직원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라”고 검문을 요구했다. 이에 해당 직원은 “우리도 국민이다. 하지만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우리도 생존권이 있다”고 받아쳤고 해당 참가자는 욕설과 함께 “협회장, 대한체육회장을 데려오라”며 봉쇄를 이어갔다.

경찰과의 충돌도 이어졌다.

오후 2시30분쯤 경기장 1-3 게이트 앞에서 한 시위대는 복면을 쓴 경찰을 향해 “복면을 안 쓴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벗으라면 벗어라. 얼굴을 공개하라”며 해당 경찰을 몰아붙였다. 시위대와 충돌이 이어지자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조롱을 들었던 서울경찰청 2기동단 김민규 경정은 경찰 내부망을 통해 “집회 과정에서 소규모 불법과 일탈 행위 대부분이 교정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시위 양상은 어디까지 경찰이 용인해줄 것인지 시험하는 수준으로 변할지 모른다. 경찰에 가해지는 압박이 험악해질 것이고, 우리 인내심과 자존심은 그만큼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이 실책을 책임지고 고치면서도 우리가 나약해지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 섞인 시도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