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정치 개입 흑역사 반복… 방첩사 49년 만에 해체

외부 통제 실효성 관건

논란 때마다 이름만 바꿔 ‘연명’
인사첩보·세평수집 폐지 상징적
무소불위 권한 원천 차단에 역점
방첩본부 감찰실장엔 외부 인사
국방부 내 감독 전담기구도 신설
감찰 범위 등 구체화 최대 과제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가 정치인 체포, 계엄 집행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군 정보기관 개혁을 고심해 온 국방부의 결론은 방첩사 해체와 기능의 분산이다. 국방부가 10일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발표함에 따라 방첩사는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창설을 기준으로 49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반복된 개편에도 정치 개입 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군 정보기관이 다시 전환점에 서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이 다시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조직과 임무를 재구조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는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국군방첩사령부 입구. 국방부 제공

◆권한 분산하고 세평 수집 폐지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개편안의 핵심은 방첩사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나눈 것이다. 방첩사는 그간 군 내부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안보수사, 보안감사, 신원조사, 인사첩보·동향조사 기능까지 담당해 왔다. 손에 쥔 권한이 많다 보니 군 내부는 물론 정권 차원의 민감한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기관으로 평가돼 왔다.

 

신설되는 국방방첩본부는 방첩·방산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 업무를 맡는다. 방첩사의 후신 격이지만 기존 조직이 가졌던 규모, 권한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국방부는 사이버보안을 국방방첩본부에 남긴 배경으로 사이버작전사령부와의 견제와 균형, 전문성 유지 필요성을 제시했다. 안보수사는 국방부조사본부로 이관된다.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고 있어 권한 남용의 우려를 키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방보안지원단을 새로 만들어 군단급 이상 보안감사와 보안사고 조사 등 군내 보안업무를 맡긴다는 내용도 개편안에 들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방첩사가 보안감사 기능과 인사 관련 권한을 함께 갖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보안감사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고 밝혔다.

 

인사첩보와 세평수집, 동향조사 폐지는 이번 개편의 상징적인 조치다. 이 기능들은 군 내부 구성원과 지휘관의 평판과 동향을 들여다보는 통로로 작동해 내부 감시와 사찰 논란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방첩사가 정치적 영향력과 군 인사에서 막강한 입김을 가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세평수집과 향후 인사검증은 평시 수집 여부와 조사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평시에도 방첩활동 과정에서 세평을 수집·축적했지만, 앞으로는 인사검증 대상자에 한해 인사 시기에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내부 감찰,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국방방첩본부 감찰실장에는 외부 고위감사 공무원을 임명하기로 했다. 국방부에는 방첩·정보·보안 기관을 지휘·감독하는 전담조직을 둔다. 장관 직속 준법감찰위원회와 방첩정보활동 기본지침의 국회 정기 보고도 새 통제 장치로 제시됐다. 다만 통제 장치가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회 보고 범위와 감찰 권한, 위법 활동을 제동할 절차가 얼마나 구체화되는지가 관건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국군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인적 쇄신은 이번 개편의 또 다른 축이다. 국방부는 12·3 계엄 관여자와 각종 비위자를 배제하고,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역량을 갖춘 인원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방첩사의 폐쇄적인 인사운영시스템도 전군 공통시스템으로 통합관리하기로 했다. 조직 이름을 바꾸더라도 같은 인력과 관행이 반복되면 개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인사와 검증 기준이 중요하다.

 

이번 조치의 성패는 권한 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방첩 기능의 공백을 만들지 않는 데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국방방첩본부, 국방보안지원단 등의 창설을 7월 말 또는 8월 초를 목표로 추진하는 만큼 후속 부대령 제·개정과 인사 배치, 방첩활동 범위를 정하는 법제화 과정이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군 정보기관, 이름만 바꾸고 논란 반복

 

방첩사는 1950년 특무부대에서 출발해 방첩부대와 육군보안사령부, 보안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사)를 거치며 이어진 군 정보기관의 현재 이름이다. 1977년 육해공군 보안·방첩 조직이 보안사로 통합되면서 전군 차원의 정보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국방부가 방첩사를 해체하기로 한 것은 군 정보기관 체계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보안사는 1990년 민간인 사찰 폭로 이후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다. 군 정보기관이 정치권과 노동계, 종교계, 재야인사 등 민간인 동향을 파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 민간 사찰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기무사도 2018년 계엄문건 논란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이후 해체됐다. 그 자리에 안보사가 출범했고, 2022년에는 방첩사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조직 명칭과 직제는 바뀌었지만, 방첩·보안·수사·신원조사 등 핵심 기능은 이어져 왔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