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실이라고 적힌 실내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비즈니스 스킬 강좌’를 듣고 있다. 옆 건물로 이동하자 널찍한 공간에 색종이가 수북이 쌓인 책상 여러 개가 놓여 있다. 연분홍색 옷에 흰색 모자를 쓴 여성들이 아무 말 없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종이를 접는다. 이렇게 접은 종이들이 모여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토로나 연꽃 모양 장식품으로 변한다. 또 다른 작업실에서는 재봉틀을 이용해 천이나 깃발에 수를 놓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침, 저녁 식사는 방으로 가져다주고 점심은 식당에서 먹는다. 이나 잇몸이 성치 않은 고령자에게는 밥 대신 죽이 나오고 야채는 잘게 썰어서 제공된다. 기본적으로는 다다미방 하나를 6명이 같이 쓰지만, 좌식 생활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침대와 책상, TV, 세면대가 딸린 1인실이 제공된다. 넓은 야외 운동장과 실내 체육관도 갖춰져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다가 생긴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방은 인형과 그림, 화분 등으로 밝게 꾸며져 있다.
부지 면적 6만4190㎡, 도쿄돔 1.4배 크기의 이 시설은 도쿄에서 전철과 자동차로 2시간쯤 걸리는 도치기현 내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다. 한 외신 기자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리조트라고 오해했을 것”이라고 한 이곳은 일본 최대의 여자 교도소인 도치기형무소다.
처벌에서 개선·재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일본 교정 행정뿐 아니라 고령화와 고립·빈곤, 다문화화, 재범 문제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본 사회의 축소판인 이곳을 지난달 21일 다녀왔다.
도치기형무소는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이곳에 들어오는 고령 수감자들의 사연이 지난해 초 미국 CNN방송을 통해 전해져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식료품을 훔쳐 두 번째로 이곳에 들어왔다는 A(81)씨는 당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절도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게는 아마도 여기의 삶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25년간 다섯 차례 수감된 마약사범 B씨는 “이곳은 돌아올 때마다 점점 늙어가는 것 같다”며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잡혀 온다”고 말했다.
이날은 얼굴 부분을 흐리게 처리하는 조건으로 뒷모습 사진 촬영만 허용됐을 뿐 접촉이 전면 차단돼 수감자들과의 대화가 불가능했다. 대신 일본 교정당국 자료와 관계자들의 설명을 통해 여성 죄수의 고령화·재범화라는 현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범죄백서에 따르면 신규 수감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989년 1.3%에서 2023년 14.3%로 늘었다. 2024년 13.8%로 다소 감소했고 일본 전체 고령화율(29.3%)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 추세는 완연하다. 특히 여성 수감자 중에서는 고령자가 2024년 21.6%에 달했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절도, 마약, 사기범이 고루 섞인 남성과 달리 여성 죄수의 과반수가 절도범인 점도 특징적이다.
여성만 수용하는 도치기형무소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2025년 기준 총 수감자 490명 중 94명(19.2%)이 고령자로, 최근 수년간 18∼19%대를 유지 중이다. 외국인 수감자의 93.3%가 초범인 것과 달리 일본인은 42.1%가 재범이다. 많게는 20번 투옥된 사람도 있다. 일부러 가벼운 절도나 소매치기를 저지르기도 하는데, 교도소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가석방 기간에 다시 붙잡혀 재수감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日 교정행정의 도전 과제
이곳에서는 1인당 하루 2400엔(약 2만3300원)씩 배정되는 예산으로 규칙적 식사가 제공된다. 부인과·치과 진료실과 엑스레이 촬영실이 갖춰져 있다. 의사 2명, 간호사 4명, 약사 1명, 심리사 3명 등 수는 적지만 심신이 불편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인력도 배치돼 있다. 주 5일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되는 노동과 교육훈련 중에는 신체 기능 회복을 돕는 종이접기 등이 포함돼 있다.
2019년 이곳에 수감돼 있던 68세 여성은 영국 BBC방송에 “아이 하나가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 홧김에 가방을 훔쳐 53세 때 처음 감옥에 왔다”며 “별다른 직업도 없이 이혼 후 내게 얹혀사는 아들과 말다툼한 뒤 포도를 훔쳐 다섯 번째로 갇혔다”고 말한 바 있다. 가정불화가 범죄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이곳에 와서는 젊은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생활하면서 사회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가족애나 동료애를 느낀다는 게 고령 수감자들의 말이다.
고령 수감자의 증가는 일본 교정행정에 분명한 도전 과제이다. 이곳에선 정신·신체가 모두 건강한 수감자는 38%에 그친다. 21%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호리 히로쓰구 도치기형무소 총무부장은 “일부는 목욕, 식사 등 일상생활을 할 때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복용 약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곳 수감자의 3분의 1가량인 168명은 외국인이다. 주로 공항 세관 등에서 붙잡힌 마약사범이다. 태국인이 17%로 가장 많고, 중국·베트남·멕시코·브라질 출신이 각각 10%를 차지한다. 도서관의 1만5000권 장서 중 5000권 이상이 외국어 서적일 정도로 이들을 고려하고 있지만, 19개 언어를 쓰는 33개국 출신 죄수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미요시 기요치카 도치기형무소장은 “통역사가 있고 교도관들이 번역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미묘한 뉘앙스 전달이 어려워 수감자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외국인 수감자들 간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는 데서 초래하는 보안상 위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일본은 지난해 6월 118년 만에 처음으로 형법을 개정했다. 징역·금고형을 구금형으로 통합하고 수형자 특성에 맞게 작업·교육을 세분화해 재범을 막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도치기형무소의 경우 지역 주민도 싼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에서 2년짜리 미용사 과정을 운용 중이고, 간호·돌봄이나 지게차 운전 교육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명이 채용 내정을 받은 상태로 출소했다.
그러나 생활보호(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고(2023년 53%), 사회와 단절된 채 살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 중 65세 이상이 71.6%(2025년)에 달할 정도로 빈곤·고립 문제가 심각해 ‘자발적 수감’을 택할 정도인 고령자들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