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붙잡고 기댄 채 공중에서 균형을 잡는 신체 움직임을 통해 ‘인간관계’와 ‘공동체’라는 묵직한 주제를 풀어낸 호주의 현대서커스 작품이 국내 관객을 찾는다.
경기아트센터는 이달 26일과 27일 양일간 대극장에서 호주의 대표적인 현대서커스 단체 ‘원 펠 스웁 서커스(One Fell Swoop Circus)’의 대표작 ‘인커먼(In Common)’을 공연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을 통틀어 초연 무대다.
‘인커먼’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시장인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 마켓(APAM) 초청작이자, 호주 멜버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서커스상’을 수상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셈이다.
호주 공연 전문 매체 아트허브(ArtsHub)로부터 “복잡하면서도 넋을 잃게 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작품의 핵심 상징물은 무대 중앙에 설치되는 거대한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물이다. 강철 폴과 로프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지지대 없이 오직 압축과 장력의 균형만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독특한 구조체다. 작품 안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관계망과 공동체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6명의 정예 아크로바틱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형태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고공 구조물 위에서 위험천만한 묘기를 선보인다.
상대방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서로를 들어 올리며 지탱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은 단순한 서커스의 스릴을 넘어 인간 사이의 신뢰, 돌봄,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직관적이고 깊이 있게 전달한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무대 위 강철과 로프로 얽힌 구조물은 한쪽의 줄만 팽팽하거나 느슨해도 곧바로 무너져 내린다. 그 위를 위태롭게 걷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과 닮아있다. 혼자서는 단 1분도 버틸 수 없는 고공의 조건 속에서, 상대의 손을 잡고 몸을 누여 서로를 지탱하는 아크로바틱은 결국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타인과의 연대와 신뢰만이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인문학적 통찰을 웅변한다.
과거 동물의 묘기나 단순한 신체적 기예에 의존했던 전통 서커스는 이제 음악, 무용, 연극, 미학적 오브제가 결합한 ‘현대서커스(Nouveau Cirque)’로 진화해 세계 공연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작품 ‘인커먼’은 이러한 현대서커스의 진화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텍스트다.
내한 공연을 이끈 ‘원 펠 스웁 서커스’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세계 주요 축제와 무대를 누비며 명성을 쌓아왔다. 다만 언어적 대사 없이 오직 신체 언어와 구조물의 시각적 효과로만 대극장의 관객 흡입력을 이틀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무대 연출의 밀도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국내 무대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최고 수준의 현대서커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관객들이 서커스의 역동적인 재미와 함께 세계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미학적 흐름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