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아파트와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산 사람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생애 처음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집합건물 전체 매매 등기 건수 7만2025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자의 등기는 3만284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의 45.6%를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6.5%와 비교하면 9.1%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절반 가까이를 무주택자가 사들인 셈이다.
◆ 규제 틈새 노린 무주택자, 외곽 지역 중심으로 매수세 확산
이처럼 생애최초 매입 비중이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차별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규제지역 확대 등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반적으로 조였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정책자금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애최초 구입자는 규제망을 피했다.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2억~6억 원으로 축소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생애최초 구입자 비중은 38.6%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42.1%로 올라선 뒤 4월에는 48.7%, 5월에는 48.5%를 기록하며 50% 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매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강남 지역에서 무주택자의 진입이 활발했다. 노원구의 올해 생애최초 집합건물 매수 비중은 60.6%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성북구가 59.8%로 뒤를 이었으며 강북구 57.2%, 서대문구 55.2% 순이었다. 반면 집값이 높은 강남구는 31.6%로 서울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초구와 용산구도 각각 32.7%, 33.4%에 그쳐 지역간 자산 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 토허구역 규제 완화에 전세 낀 매수 급증... 30대 비중 첫 과반
정부의 일시적인 규제 완화도 시장을 움직인 요인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는 서울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물 잠김을 막기 위해 무주택자에 한해 전세를 낀 채 주택을 매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제로 정부 조사 결과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 가운데 무주택자 매수 비중은 73%를 차지해 지난해 56.1%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움직임이 가장 과감했다. 생애최초 매수자 가운데 30대 비중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6.1%를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평균인 49.8%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자산 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30대들이 정책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이른바 ‘갭투자’ 방식을 통해 서울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 내 집 마련 신중해야... 금리 변동성 및 가계 부담 고려 필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30대 무주택자들의 이러한 매수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지만 위험 요소도 상존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대출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강남권 중저가 단지에 매수세가 집중된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자산 가치 하락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자금을 활용하더라도 개인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부채 조달은 지양해야 하며, 지역별 수급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진입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