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5억달러 시대…‘K라면’ 경쟁, 매장 밖에서 시작된다

농심이 서울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연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 운영해 온 신라면 체험 매장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신라면을 직접 맛보고, 제품과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농심 제공

최근 신라면을 비롯한 한국 라면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라면은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품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K-푸드+ 수출 실적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15억2140만달러로 전년보다 21.9% 늘었다. 단일 품목 기준으로 처음 15억달러를 넘어섰다. 라면이 국내 내수 식품을 넘어 글로벌 소비재로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쟁도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농심은 오는 1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정식 오픈하고 11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운영한다. 성수점은 페루, 일본, 베트남, 미국에 이은 다섯 번째 매장이자 국내 첫 매장이다.

 

매장은 1·2층 합산 약 120평 규모다. 농심은 이 공간을 단기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신라면 브랜드의 반응을 살피는 안테나숍으로 운영한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통해 취향과 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층 판매존에서는 공장에서 매주 직송되는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등 ‘갓 만든 라면’을 판매한다. 기획 굿즈도 함께 선보인다. 2층 체험존은 소비자가 직접 라면을 조합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면, 스프, 별첨 등 17개 선택지를 조합해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농심 연구원이 개발한 메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를 정식 메뉴처럼 맛보는 ‘SHIN 키친’, 수출 전용 제품을 즉석 조리해 먹는 ‘SHIN 월드’도 운영된다.

 

신라면 분식은 농심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신라면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를 오프라인으로 옮긴 공간이기도 하다. 이 슬로건은 신라면의 영문명 ‘SHIN’에서 따온 문구로, ‘라면에 담긴 매콤한 행복’이라는 뜻을 담았다.

 

해외 매장도 같은 방향으로 운영돼 왔다. 강렬한 붉은색을 전면에 내세우고, 즉석 조리기와 토핑을 활용해 방문객이 직접 신라면을 즐기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터미널 1에 글로벌 4호점을 열었다. 세계 여행객이 오가는 공항을 신라면 체험 공간으로 삼은 셈이다.

 

국내 첫 매장 입지로 성수동을 택한 점도 눈에 띈다. 성수동은 식품, 패션, 뷰티, 캐릭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몰리는 대표 상권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기 전에 먼저 브랜드를 체험하고, 기업은 현장에서 반응을 확인한다. 팝업스토어가 단순 홍보 공간을 넘어 테스트베드로 쓰이는 이유다.

 

식품업계의 오프라인 경쟁도 같은 흐름에 있다. 빙그레,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형 공간으로 풀어내는 팝업을 잇달아 선보였다. 농심도 앞서 짜파게티 40주년을 기념해 성수동에서 분식점 콘셉트의 팝업을 운영한 바 있다.

 

라면업계의 글로벌 전략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을 영문 브랜드 ‘Buldak’으로 키우며 글로벌 디지털 접점을 넓히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분식처럼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해외와 국내에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K라면의 세계화가 수출 물량 확대를 넘어 브랜드 운영 방식의 경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라면 맛이나 가격이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를 얼마나 경험하게 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업체들도 제품 판매를 넘어 체험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팬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은 소비자 반응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상권 중 하나”라며 “팝업스토어나 체험 공간은 단순 홍보를 넘어 소비자 취향과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의 오프라인 경쟁도 제품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느냐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