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안미경중’ 유효성 잃어…국익 기반 새로운 외교 접근 모색”

이탈리아 국빈 방문 중인 李 대통령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서 외교 방향성 언급
이탈리아와의 경제협력엔 “AI와 첨단제조업
결합하는 분야서 양국 협력 잠재력 크다”

이탈리아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는 그간 ‘안미경중’이라는 틀로 규정됐으나 최근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 가운데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 방식은 유효성을 잃었다고 본다”며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익에 기반해 경쟁·협력·도전 요인에 대한 다각적인 인식 하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 전략과 관련해서는 “소프트파워가 우리 외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브뤼셀 유럽 연합(EU) 이사회에서 한-EU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후 첫 유럽 순방길에 오른 이 대통령은 전날 두 번째 방문국인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지 ‘꼬리에레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탈리아 간 경제적 협력에 대해 “특히 인공지능(AI)과 첨단 제조업이 결합하는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양국 협력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디지털기술·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탈리아는 기계·항공우주·자동차·에너지 그리고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창의성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면서 “지난 20세기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제조업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함께 써 내려 갔다면, 지금의 21세기에는 AI 시대의 산업 혁신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고는 기존의 안미경중 틀을 떠나 국익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필수적인 공급망 파트너지만 한편으로는 양국의 경쟁 측면도 커진 게 사실이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시점에서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첨단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제 고도화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한국 외교의 기본 축이지만 시대와 현실에 맞게 동맹을 심화·발전시키는 동시에 자강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자강은 의존적 동맹국이 아닌,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는 능력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원하는 동맹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우리 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과 국방비 증액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헌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전직 대통령들의 탄핵의 근본 원인과 헌법 개혁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2024년 12월 당시 대통령은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대한민국을 위기에 놓이게 했다. 다행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나서준 시민들 덕분에 계엄은 무력화됐지만, 이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제어할 장치가 부재했다는 걸 일깨워줬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1987년 이후 지난 39년 동안 단 한 차례의 헌법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때보다 성숙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맞게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치는 것과 더불어 불법 비상계엄 같은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제어할 수 있도록 장치들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