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민당 역사 50년, 이민정책 실패의 기록들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마티아스 테스파예/김규빈 옮김/PADO북스/3만5000원

 

“노동력을 원했을 뿐인데,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사람이었다.”

덴마크 사회민주당 소속 정치인 마티아스 테스파예의 ‘노동력과 함께, 사람이 온다’는 유럽 이민 논쟁 한복판에 던져진 문제작이다. 원제는 ‘환영합니다, 무스타파 씨: 사회민주당 이민정책 50년’(2017년 덴마크 출간).

마티아스 테스파예/김규빈 옮김/PADO북스/3만5000원

책은 지난 반세기 동안 덴마크 사민당이 추진한 이민정책의 변천을 추적한다. 저자는 관련 언론 기사와 각종 정책 문서를 방대한 분량으로 검토했으며, 당 내부 기록과 관계자 인터뷰를 폭넓게 활용해 정책 변화 궤적을 복원했다.



책이 집필된 시점에서 이민 문제는 사민당에 가장 쓰라린 약점 중 하나였다. 이민정책은 중도좌파 정당의 반복적 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고, 그 결과 사민당은 점차 난민·이민 유입 규모를 엄격히 관리하고 불법 체류와 범죄에 강경 대응하는 쪽으로 이동해 갔다.

저자는 이러한 우경화 노선이 옳고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설득하려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민당의 정책 전환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저술이다.

그는 덴마크가 1960~70년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 받아들였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본질적 사실을 간과했다고 본다. 노동자가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가족과 문화, 종교와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민은 노동시장 문제를 넘어 복지, 교육, 치안, 사회통합 전반을 재편하는 변수로 확대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이민 문제를 인종이나 문화 충돌의 도식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틀에서 재구성한다. 전통적 좌파가 오랫동안 회피해온 질문, 즉 무제한적 이민 확대가 노동자 계층의 이익과 양립 가능하냐는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감당 가능한 규모의 이민’과 ‘강력한 사회통합’이다. 덴마크어 교육, 노동시장 참여, 국가 정체성 공유를 강조하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유럽 중도좌파가 선택한 현실주의 노선을 보여준다. 저자 자신이 에티오피아 난민 아버지와 덴마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은 책의 문제의식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든다.

책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저자의 시선은 철저히 덴마크 내부에 머문다. 난민이 떠나온 국가의 붕괴나 국제사회, 특히 유엔난민기구(UNHCR) 권고 같은 외부적 맥락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이민을 둘러싼 국제적·윤리적 차원 논의는 철저히 분석의 바깥으로 밀려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