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은 봉건적 왕권 국가에서 근대 의회 민주주의로의 전환기였다. 전환기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사회가 안정을 찾지 못했고, 런던 시내는 더럽고 도둑과 부랑아들이 넘쳐났다. 사회는 민주주의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갔지만, 문화와 미술에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교해서 변방으로 치부됐다. 이런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해 준 최초의 영국 화가로 조슈아 레이놀즈가 주목을 받았다.
레이놀즈는 영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8세기 영국 상류계급을 만족시킨 화가였다. 이탈리아로 유학 가서 라파엘과 티치아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고, 귀국 후 영국 미술계에서 초상화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고상하고 품위 있는 주제를 숭고하게 나타내는 미술만이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화가는 저급한 손재주 이상의 학식과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그림들은 ‘장엄한 양식’으로 불렸다. 그가 교훈적인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의 신화를 배경지식으로 활용해서 그림의 권위를 살리고, 인물 초상을 실제보다 더 고상하고 위엄 있게 이상화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초상화가 당시 귀족들의 취향을 만족시킨 것도 바로 이런 특색 때문이었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