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1902)은 최초의 판타지 영화로 기록된다. 러닝타임 1~2분짜리 영화뿐이던 시기에 온갖 특수효과를 이용해 인간의 달나라 모험을 그린 러닝타임 14분의 이 영화는 영화가 단순한 현실 기록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해 줄 수 있는 매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과연 그때 ‘달나라 여행’을 본 관객들이 69년 후에 인류가 실제로 달나라에 가게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상상이란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자신이 알고 경험한 지식과 문화적 환경에 기초한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가 초기 잠수함 개발이라는 환경 속에서 출판될 수 있었듯이 상상을 뒷받침할 최소한의 물적 조건을 발판 삼아 상상력은 만개한다. ‘디스클로저 데이’를 완성함으로써 SF 영화 4부작에 마침표를 찍은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내가 본 모든 SF 영화는 결국 현실이 되는 것들에 대한 경고”라고 말한다.
이제 80이 된 거장은 ‘미지와의 조우’ ‘ET’ ‘우주전쟁’을 거쳐 마지막 SF 영화인 ‘디스클로저 데이’를 통해 40년에 걸친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과의 만남은 더 이상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제 그것은 전제된 현실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외계인 관련 정보를 통제하려는 집단 ‘워덱스’와, 인류에게 외계인 관련 기밀문서 -학대에 가까운 외계인 대상의 실험까지 포함하는 정보-를 공개하려는 이들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시작된다. 이 추격전에서 다니엘과 마거릿이라는 두 인물이 워덱스의 집중 타깃이 되는데 이유는 이들이 외계인과 ‘접촉한 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자가 아니라 선택받은 자들이다. 그들은 친밀한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접촉한 뒤로 비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지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맹수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