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는 그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틀로 규정됐으나 최근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 가운데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 방식은 유효성을 잃었다고 본다”며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익에 기반해 경쟁·협력·도전 요인에 대한 다각적인 인식 하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처럼 답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필수적인 공급망 파트너지만 한편으로는 양국의 경쟁 측면도 커진 게 사실이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시점에서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첨단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제 고도화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한국 외교의 기본 축이지만 시대와 현실에 맞게 동맹을 심화·발전시키는 동시에 자강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자강은 의존적 동맹국이 아닌,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는 능력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원하는 동맹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우리 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과 국방비 증액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삼각축으로 하는 국가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프로젝트 트리니티: AI 시대의 산업 삼각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프로젝트 트리니티 구상이 그리는 것은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어 한국을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만드는 일”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짜이고 있는 지금, 한국에는 그 중심에 설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글로벌 AI 공급망은 미국이 소프트웨어와 모델을 설계하고, 대만이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중국이 대규모 제조를 맡는 식으로 분업화돼 있었으나 현재는 이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김 실장의 진단이다. 김 실장은 “한국은 반도체, 전력 인프라, 첨단 제조를 한꺼번에 갖춘 흔치 않은 나라”라며 “이 셋이 맞물리면 한국은 단순히 부품을 대주는 나라가 아니라 AI 공급망 전체를 떠받치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