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유재산 팔 때 미리 알린다더니… 정작 개정법령엔 ‘국회 사후 보고’

2026년 초 관련법 개정안 통과 당시
‘처분 후 보고’로 조문에 반영된 탓
당국 “새 법안 통과 땐 시행령 수정”

정부가 지난해 헐값 매각 논란 이후 300억원 이상의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 국회에 ‘사전’에 미리 보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국유재산법은 ‘사후’ 보고 형식으로 개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상 국회에 사후 보고하는 형식으로 개정된 상태지만, 정부는 현재 자체 지침을 적용해 300억원 이상 국유재산 매각 시 사전에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 방침과 법안이 불일치하면서 조속히 국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25년 12월 2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연 '국유재산 입찰매각 실태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 조정흔 토지주택위원장, 이주현 부동산국책사업팀 간사. 연합뉴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전날 국유재산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국유재산 처분 시 대장가격이 500억원 이상인 경우, 매각은 매각가격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국회에 ‘사후’ 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했던 ‘정부 자산 매각제도 개선 방안’과 배치된다. 당시 정부는 국유재산 헐값 매각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300억원 이상 자산 매각의 경우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상임위원회에 사전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입장과 실제 법령이 ‘엇박자’를 낸 건, 올해 1월 다른 내용을 담은 국유재산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당시 통과된 개정안은 ‘일정한 규모 이상의 국유재산을 처분한 경우, 해당 사실과 처분사유를 지체 없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먼저 국유재산을 처분한 이후에 국회에 보고하는 조항이 법조문에 반영된 것이다. 이 문구는 지난해 9월 발의된 여당 개정안에 포함됐는데, 본회의에 대안이 통과되기까지 수정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현재 법령상 사후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지난해 12월 제도개선 방안에서 밝힌 대로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작년에 국회에 사후 보고하는 법률안이 발의돼 올해 통과가 됐는데, 해당 법률을 이행하기 위해 일단 시행령도 법 기술적으로 맞춘 것”이라면서 “정부가 작년 12월에 300억원 이상 국유재산 매각 시 국회 사전 보고하겠다고 밝힌 부분은 지침을 통해 실제 각 부처에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국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고,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에도 사전 보고 문구를 넣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대로 정부는 국회에 사전 보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유재산을 무리하게 매각해 국고 손실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에 따르면 낙찰가율이 100% 미만으로 감정평가액보다 낙찰금액이 작은 매각 건은 2021년 16건, 2022년 5건에 그쳤으나 윤 정부 출범 이후 2023년 149건, 2024년 467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