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스 운영 방식 적법성 강조 행정소송 진행 SKT 전례 따를 듯 고객정보 보유한 기업들 긴장감 美선 ‘차별’ 인식… 관계 악화 우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대 최고액 과징금 철퇴에 유감을 표명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쿠팡은 11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도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의지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1일 375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법적 근거 없이 회원들의 온라인 활동기록을 무단 수집한 쿠팡에 과징금 총 6천246억원을 부과했다. 단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내린 과징금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로, 한 기업의 여러 위반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로도 가장 많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는 배송 트럭 모습. 연합뉴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이 된 쿠팡 파트너스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적법성을 강조하며 “쿠팡 파트너스는 수천 명의 국내 크리에이터, 블로거, 소상공인이 상품을 추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동일한 제휴 모델을 사용하여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고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개인정보보호위로부터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기로 했다.
쿠팡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지난해 해킹사건으로 고객 유심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뒤 과징금 처분을 받은 SK텔레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그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347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불복하고 행정소송에 나섰다. 규정대로 과징금을 납부한 후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SK텔레콤은 과징금 규모가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 과도하고 산정 기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이 6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자 방대한 고객 정보를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쇼핑몰과 이커머스 업체 등은 사업 특성상 대규모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킹 등으로 크고 작은 유출 사태에 노출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에 대한 규제를 미국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미국 기업 차별’로 인식해온 만큼 이번 과징금 부과가 한·미 간 마찰 요소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2월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의혹을 조사한다며 쿠팡에 자료 제출과 증언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당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 디지털 기업에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최대 정책 모임인 공화당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열린 미셸 스틸 박 주한미국대사 후보자 인준 청문회에서도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쿠팡 사례를 언급하며 “일부 미국 기술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는 듯한 모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스틸 후보자는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미국의 이 같은 태도에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