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 경쟁에 시동이 걸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정청래 대표를 향한 사퇴 촉구가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계파 갈등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앞세워 단결을 강조했지만, 전날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성공을 말하면서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빌려 ‘국민’을 앞세운 당권 행보의 정치적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의총에서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리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세계적인 지도자”라고 추어올리는 발언도 했다. 논란이 된 “정권은 짧다” 발언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정 대표가 정권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논란의 핵심이 된 발언에는 침묵하자, 당내에서는 연임 행보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 장철민 의원은 “우리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전당대회 이후 당력을 결집하려면 정 대표가 오늘이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 의원은 “정 대표뿐만 아니다. 전당대회 선거 관리의 책임을 갖고 있는 분들 모두 마찬가지”라며 “전당대회가 객관성과 투명성 속에서 치러진다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지도부 일괄 사퇴를 주장한 것이다.
당권파인 친청(친정청래)계는 정 대표의 사퇴 시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정 대표를 향한 2선 후퇴론에 대해선 예민한 모습이다. 김영환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페이스북에서 5선의 박지원 의원을 향해 “저에겐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원과 국민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방송에선 불출마를 말했다”며 “줄타기도 아니고 (입장을) 하나로 정해달라”고 공개 저격성 발언을 했다. 전날 박 의원이 6·3 지방선거에 대해 “산술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패배했다”며 “정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한 반발이다.
정 대표의 ‘개혁’ 노선을 지지하는 최민희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나왔던 발언들이 기사화된 점을 문제 삼으며 “의총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 정 대표가 의총을 국무회의처럼 생중계하라는 당원들의 요구를 받고 있다면서 “당원 뜻 받들어 그렇게 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이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과 비판하기는 참 쉽다. 그러나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 무겁다”며 정 대표를 엄호했다.
내분이 갈수록 격화하는 와중에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성과를 강조하며 당정청 단합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역사 속에서 우리는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 역사적 교훈을 잘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친명계의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친명계 한 인사는 “마치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기 당권 주자로서 밀어주는 것 같으니 기분이 상한 정 대표가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 대표를 위해 활동하는 의원들은 총대를 멘 당권파 일부”라며 “대다수 의원이 정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