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이 억대가 된 ‘시간의 법칙’, 김숙·유준상·이광기가 증명한 투자법

10년의 기다림이 만든 수익의 실체, 운을 배제한 안목으로 쓴 기록

주식과 코인 시장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버겁다. 매일 숫자가 변하는 화면을 보며 마음을 졸이지만, 실제 내 손에 남는 수익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기도 벅찬 게 현실이다. 지난 20년간 조용히 자신만의 자산을 키워온 김숙, 유준상, 이광기는 남들이 다 하는 조급한 투자 대신 캔버스 위에서 시간을 파는 ‘그림 재테크’를 택했다. 10년에서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히며 100만원을 억대 수익으로 바꾼 이들의 성과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을 지켜낸 끈기 덕분이다.

20년의 세월을 꾸준히 미술품에 투자해 온 3인의 연예계 대표 컬렉터들. 김숙 SNS·아레나 옴므 플러스·수현재컴퍼니 제공

이들은 왜 금융권 대신 미술품을 택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주식은 기업이 휘청거리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지만 예술가의 철학이 담긴 작품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번 시장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성은 더해지고 자산은 자연스럽게 지켜진다. 이들이 하는 일은 대박을 노리는 투기가 아니다. 자산을 물가 상승이라는 파도 속에서 지켜내는 안전한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그 작가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일이며 자산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김숙의 수집 방식은 직관이 아닌 철저한 분석의 결과다. 12년 전 그녀는 무명 작가의 조형물을 100만원 미만에 매입했다. 당시엔 아무도 알아보지 않던 작가였지만 그녀는 작가가 가진 독특한 세계관에 주목했다. 단순히 그림을 사서 벽에 거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전시회를 쫓아다니고 경매 낙찰률을 체크하며 작가가 무명기를 벗어나는 순간을 끈기 있게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해당 작가는 경매 무대에서 최고가를 경신하는 거장이 되었다. 초기작의 몸값 또한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올랐다. 김숙의 투자법은 화려하지 않다. 스스로 작가를 찾아내고 그 가능성을 증명할 때까지 긴 시간을 견뎌낸 성실함이 수익의 원천이다.

무명 작가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데이터 분석, 김숙이 12년의 시간을 묵혀 완성한 독보적 안목. 유튜브 채널 ‘김숙티비’ 화면 캡처

유준상의 컬렉션은 창작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예리한 눈에서 출발한다. 그는 배우이자 화가로서 미술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부자다. 유준상은 남들이 말하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다. 직접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업 방식과 작품의 완성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 고른 작가의 작품은 쉽게 내놓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작가가 무명에서 중견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10년 이상 함께 호흡한다. 그에게 미술품은 본업을 넘어 예술적 자아를 넓히는 과정이다.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예술의 고충을 경험했기에 어떤 작품이 롱런할 수 있는지 판별하는 객관적 데이터가 머릿속에 축적되어 있다. 이는 배우 유준상이 가진 통찰로 완성한 그만의 포트폴리오다.

창작의 고통을 경험한 자만이 아는 감각, 유준상이 직접 발로 뛰며 완성한 현장형 포트폴리오. 더 셀러브리티 제공

이광기의 사례는 이 분야의 정석이다. 1997년부터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한 그는 20년 넘게 업계의 흐름을 몸소 겪었다. 그가 초기에 매입한 작품들은 이제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며 판을 만드는 갤러리스트로 변신했다. 작가를 발굴하고 그 역량을 대중에게 전달하며 그는 현장을 이끄는 전문가의 단계에 도달했다. 그에게 20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미술계의 규칙을 익히고 자산을 자산답게 키워온 철저한 자기 관리의 시간이었다. 

컬렉터를 넘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갤러리스트로서 이광기가 써 내려가는 새로운 법칙. 사진은 이광기가 운영하는 갤러리 ‘끼’의 내부 모습. 뉴시스

발굴에서 분석, 그리고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아트테크는 체계적인 경영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이들이 초기 100만원대로 매입했던 작품들은 최근 경매와 화랑가에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호가를 기록하며 그 명성을 증명하고 있다.

 

김숙, 유준상, 이광기. 3명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미술업계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기에 작품을 샀고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수십 년을 버텼다. 미술품은 주식처럼 매일 시세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많은 지식과 애정을 요구한다. 이들에게 재테크는 단기 수익을 쫓는 투기가 아니라 매일 공부하고 흐름을 살피는 생활 습관이다. 결국 손에 쥔 결실은 갑자기 굴러온 복이 아니라 남들이 지루해하는 시간을 묵묵히 버텨내고 자신만의 기준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주어진 결과물이다. 부는 유행을 쫓는 사람보다 시간의 가치를 믿고 기다린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공평한 보상이다. 이제 미술품은 선택받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재료로 자산을 빚어내는 생활인들의 성실한 투자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