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고 성수동 간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 2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원화 약세로 여행 비용 부담이 낮아진 데다 한류 콘텐츠 인기가 이어지면서 방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제관광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200만명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16.2%,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5.7% 많은 규모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실제 방한 관광시장은 연초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6만명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3월에는 약 206만명이 한국을 찾아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광업계는 환율 효과를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숙박과 쇼핑, 식음료, 미용 서비스 등 한국 체류 비용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3월 평균 환율은 1489원 수준까지 올랐고 5~6월에도 150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 비용 부담이 이전보다 낮아진 셈이다.
일본인 관광객 증가세도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일본인 방한객은 약 94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늘었다. 일본의 해외여행 수요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한국 방문은 빠르게 증가했다.
중국 시장도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중국인 관광객은 약 145만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약 29%에 달했다. 다만 사드(THAAD) 갈등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회복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대만 시장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 대만인 방한객은 54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짧은 비행거리, K뷰티·K푸드 소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방한 수요 확대를 환율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도 크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공연과 팬미팅, 드라마 촬영지 방문 등을 주요 여행 일정으로 삼고 있다. 콘텐츠를 접한 뒤 한국 방문을 계획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광 소비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3월 광화문과 고양에서 열린 BTS 공연 현장 조사 결과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높았고 공연을 중심으로 숙박과 쇼핑, 식음료 소비가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거 고궁과 면세점 중심이었던 관광 일정도 달라지고 있다. 성수동 쇼룸과 한남동 편집숍, 올리브영 매장, 카페, 팝업스토어 등이 주요 방문지로 자리 잡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방한 수요가 증가했다. 다만 국가별로 회복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반면 일부 국가는 아직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항공 공급과 현지 경기 상황, 비자 제도, 항공권 가격 등이 국가별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관광 수요가 늘면서 정책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입국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별 여행 목적과 소비 성향에 맞춘 관광 상품 개발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공연과 쇼핑, 지역 관광, 의료·미용 서비스를 연계한 체류형 상품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하반기 최대 변수는 항공 시장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항공사 비용 부담이 커지고 항공권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 동남아 국가처럼 항공권 가격에 민감한 시장은 유류할증료와 공급 좌석 변화에 따라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줄이고 수요가 높은 노선에 항공기를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항공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올해 방한 관광객 2200만명 달성의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다소 주춤할 전망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올해 국민 해외 출국자가 290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과 항공권 부담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연과 팬미팅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관광객들의 방문 지역과 소비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와 항공권 가격이 하반기 변수로 남아 있지만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방한 관광객 2200만명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