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팔아야 하나요?”
올해 초 고공 행진하던 금값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 국내 금 시세는 장중 1g당 20만원 아래로 내려가며 6개월 만에 20만원선을 이탈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전망과 중동 정세, 환율 변화를 주시하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1일 KRX금시장의 국내 금 시세(순도 99.99%, 1㎏)는 전 거래일보다 2.61% 내린 1g당 20만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9만6780원까지 밀렸다. 국내 금 시세가 장중 2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11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국내 금값은 올해 초 1g당 26만981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세가 꺾이며 고점 대비 약 25% 낮아졌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전망과 중동 정세, 환율이 한꺼번에 가격을 흔들었다.
◆반년 만에 흔들린 20만원선
심리적 방어선이 먼저 무너졌다. 금값은 11일 1g당 19만8060원으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19만6780원까지 내려갔다가 장중 등락 끝에 20만3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는 가까스로 20만원선을 지켰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이미 달라졌다.
연초 금값 상승을 이끈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적 불안,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였다.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도 늘었다.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와 중동 정세 등 대외 변수의 영향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하락세가 일시적 조정인지, 추세 전환의 신호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자 없는 금, 금리 불확실성에 밀렸다
금값을 누른 가장 큰 변수는 미국 통화정책이다. 금은 들고 있어도 이자가 붙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채권과 예금 같은 이자 수익형 자산의 매력이 커진다. 금의 상대적 매력은 줄어든다.
국제 시장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산하 코멕스(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3.6% 급락한 온스당 4133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금값 약세가 국내 금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됐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도 뒤로 밀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견조한 고용 흐름을 이유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2027년으로 늦췄다. 기존에는 2026년 12월과 2027년 3월 인하를 예상했지만, 새 전망에서는 2027년 6월과 12월 인하로 조정했다.
연초 금값 상승을 이끈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였다. 통화정책 완화 전망에 금 투자 수요가 늘었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도 짙어지고 있다.
◆중동 변수도 방향을 흔든다
중동 정세도 금값의 방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 금은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다. 반대로 긴장이 완화되거나 달러와 미국 국채로 피난 수요가 몰리면 금값은 밀린다.
중동 정세도 변수다.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금값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키워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뿐 아니라 환율의 영향도 받는다. 국제 금값이 내려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금값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국제 금값과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가격 변동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하락 압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여전히 하단을 받치는 힘으로 작용한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중국의 금 보유량은 5월 말 기준 7496만 트로이온스였다. 전월보다 32만 트로이온스 늘었다. 중국의 금 보유량 증가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 구성을 다변화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당장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기보다 하락 폭을 줄이는 역할에 가깝다. 투자 수요가 주춤해도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격을 받쳐주는 것이다. 금값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변동성 커지자 거래도 ‘주춤’
금값 조정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지켜보려는 매수 대기 수요와 반등을 기다리는 매도 수요가 맞물리면서 거래도 주춤한 분위기다.
귀금속 소비도 부담을 느낀다. 돌반지, 예물, 골드바처럼 실물 금을 사려는 소비자는 가격 조정에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1g당 20만원 안팎의 가격은 여전히 낮지 않다. 고점 대비 빠졌다고 해도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당분간은 차익 실현과 관망 심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이 급격히 무너지기보다는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을 확인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