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외마디만 남기고 믹스트존 패싱한 손흥민, 슈팅 6개에도 골 넣지 못한 자신의 활약이 아쉬웠을까 [과달라하라 IN SEGYE]

[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 ‘캡틴’ 손흥민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감사합니다”라는 외마디만 남기고 지나갔다. 손흥민 스스로에겐 만족스럽지 못했던 체코전이었나 보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해 약 69분간활약한 뒤 후반 24분 오현규와 교체됐다.

 

압도적인 신장을 자랑하는 체코 수비진과 맞서기 위해 ‘타켓맨’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오현규나 조규성이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서고, 손흥민이 공격 2선으로 빠지는 그림도 예상됐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손흥민 원톱 카드였다. 전성기에 비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순간적인 폭발력과 스피드는 살아있는 손흥민으로 신장은 크지만 느린 체코 수비진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골을 넣진 못했지만, 손흥민은 이날 팀 내 최다인 6개의 슈팅을 때려내며 체코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12분에 손흥민은 처음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중원에서 이강인의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침투하던 이재성이 받아 뒤로 내줬고,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전반 38분에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살짝 떠서 날아갔다. 1분 뒤 곧바로 김민재가 상대 패스를 끊어낸 뒤 손흥민에게 전진 패스를 건넸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를 두 명 제친 뒤 상대 박스까지 들어가 회심의 왼발 슈팅을 때렸으나 슈팅은 왼쪽 골포스트 옆으로 비껴갔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손흥민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에 실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를 벗겨냈고, 손흥민이 왼쪽 측면의 이태석에게 패스를 내줬다. 이태석이 다시 가운데로 올린 땅볼 크로스를 손흥민이 넘어지며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제대로 맞지 못해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 11분에도 백승호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원터치 침투패스로 손흥민에게 연결했으나 손흥민의 슈팅은 타이밍 좋게 나온 마테이 코바르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히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거듭된 기회를 놓친 한국은 체코의 전매특허인 세트 피스 한방에 무너져버렸다.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왼쪽 측면에서의 롱 스로인을 그대로 헤더로 연결하며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한 순간의 방심이 패배 위기로 몰았다.

 

위기에 몰렸지만, ‘홍명보호’의 황태자이자 중원 사령관인 황인범이 한국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후반 22분 이강인이 쇄도하던 황인범에게 킬패스를 찔렀다. 이를 받은 황인범은 환성적인 접기로 상대 골키퍼를 완벽히 제쳐냈고, 이후 센스 있는 로빙 슈팅으로 체코의 골문을 열어냈다.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손흥민이 골을 넣은 황인범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손흥민이 상대 반칙으로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1-1 동점이 되자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과감히 벤치로 빼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들어간 오현규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골 빼고는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던 손흥민의 활약상이 묻히게 됐다. 후반 35분 백승호의 원터치 침투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현규에게 패스를 건넸고, 오현규의 왼발 슈팅은 상대 골키퍼를 맞고 들어갔다. 이 골이 결승골이 되며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경기 뒤 취재진이 손흥민을 믹스트존에서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손흥민은 모습을 드러냈으나 취재진의 요청에 “감사합니다”라는 외마디만 남기고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그간의 A매치에서 누구보다 믹스트존 인터뷰에 충실했던 손흥민이었기에 의외의 모습이었다. 분명 이날 자신의 활약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반증이었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경기 종료 후 오현규가 손흥민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앞선 세 번의 월드컵에서 통산 3골을 터뜨려 안정환, 박지성과 나란히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남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체코전의 아쉬움을 날릴 수 있는 시원한 골을 터뜨리며 안정환, 박지성을 제치고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을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