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고 싶지 않은 거대 괴물”…4억년 전 화석 정체 밝혀졌다

150년 넘게 정체가 불분명했던 고대 절지동물 화석의 정체가 밝혀졌다. 영국에서 발견된 이 화석이 세계 최대 전갈의 흔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은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발견된 해당 화석이 고대 전갈류인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간스(Praearcturus gigas)’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 생물이 몸길이 1m 이상, 집게발 길이만 약 16㎝에 달해 지금까지 알려진 전갈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연구 내용은 최근 국제 학술지 ‘팔레온톨로지(Palaeontology)’에 게재됐다.

고대 전갈류인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간스(Praearcturus gigas)’ 상상도. 런던 자연사박물관

이번 연구는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1870년대부터 보관해 온 화석 표본을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해당 화석은 처음 발견됐을 당시 형태가 불완전해 갑각류의 일종으로 분류됐으며,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정확한 계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촬영(CT)과 3차원 분석 기술을 활용해 집게발 구조와 흉부 형태 등을 정밀 조사한 결과 전갈의 특징이 명확하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간스가 약 4억1500만 년 전 초기 데본기에 살았으며, 당시 육상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플린더스 대학의 고생물학자 러셀 비크넬 박사는 “어두운 골목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거대한 괴물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계에서는 이 생물이 완전한 육상 생물이라기보다 물가와 육지를 오가는 반수생 생활을 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일부 해부학적 특징이 현대의 갑각류와 유사하다며 물의 부력이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대형 경쟁 포식자가 거의 없어 초대형 절지동물이 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시기는 공룡이 등장하기 수억 년 전으로, 대형 절지동물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이른 시기에 진화했다는 점을 입증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추가 화석이 발견될 경우 프라에아르크투루스 기간스의 생태와 진화 과정이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