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근현대사 30% 확대’ 국교위서 제동 걸렸다… 난항 예상

국교위, 교육부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 심의 보류… “추가 논의 필요”
전문가 “교육과정 안정성 저해” vs 현장 “역사 왜곡 대응” 의견 팽팽
사회 교과 시수 감축 금지안엔 교과 간 형평성 우려로 일제히 반대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을 높이고 역사 수업 시수를 확대하려는 교육부의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에 일시 제동이 걸렸다. 교육과정 수립·변경 권한을 가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첫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보류하면서 향후 개정 절차를 둘러싼 극심한 난항이 예상된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국교위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교육부가 요청한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 진행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회의 후 “국교위 논의는 충실해야 하므로 서둘러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내 근현대사 비중 확대(20%→30%), 역사 시수 204시간 이상 확보를 위한 사회 교과군(사회·역사·도덕) 총 시수 감축 금지, 고교 ‘역사 콘텐츠 비평·분석’ 선택과목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역사 교육과정 개정안’을 심의해달라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 요청했다.

 

이날 국교위 회의에선 교육부 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고교 선택과목 신설을 두고는 위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강은희 비상임위원(대구교육감)은 “고교 과정서 사회 교과군을 통으로 묶어 콘텐트 비평·분석 과목을 신설하면 교사 부담도 상당히 늘어난다”고 밝혔다. 반면 반상진 비상임위원(전북대 명예교수)은 “교수들도 한 과목만 가르치지 않고 수시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교사들의 저항을 우려하는 것은 그들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사회 교과군의 총 수업 시수(3년간 510시간) 감축을 금지해달라는 교육부 안에는 전문위와 모니터링단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과목별로 20%까지 시수를 증감할 수 있어 교육부가 중학교 330여 곳을 조사한 결과 46%가 사회 교과 시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교위원들은 시수 감축을 강제로 막을 경우 다른 교과 시수가 줄어 교과 간 형평성을 깨뜨리고, 학교 자율성을 강조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원칙과 충돌해 현장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진행된 전문위원단 및 모니터링단 사전검토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국교위 국교위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 시행령에 따라 해당 요청안에 대한 전문위원회 사전 검토와 모니터링단 의견을 수렴했다. 전문위원단은 세 안건에 대해 모두 ‘부정’ 의견이 다수였고, 모니터링단에선 ‘수업 시수 감축 제한’ 안건에 대해서만 ‘부정’ 의견이 다수였다고 국교위는 설명했다.

 

중학교 근현대사 수업 비중 확대와 관련해 대학교수 등 전문가 45명으로 구성된 전문위는 “현재 중2까지만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전 학년이 경험하기도 전에 중간에 바꾸면 교육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흔들린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교사·학생·학부모 등 323명의 모니터링단은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교원 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학교의 학사 운영과 교원 수급 현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교총은 “현재 우리나라 역사 교육과정은 중학교 단계에서 전근대사, 고등학교 단계에서 근현대사를 각각 핵심적으로 학습하도록 교육적 연계성과 계열성을 고려해 배치해 놓았다”며 “중학교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임의로 확대할 경우 중·고교 사이의 짜임새 있는 학습 흐름이 허물어지고 불필요한 반복 학습이 가중되는 한편, 정작 학생들이 균형 있게 배워야 할 우리 전근대사 영역은 심각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