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제출된 증거를 검증 없이 받아들였다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으로 뒤바뀔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결정적 증거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역이 위조된 것으로 나타나 피해 학생에 대한 검찰 소년보호사건송치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학폭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제기됐지만, 법적 다툼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의정부지검 남양지청은 지난달 24일 무고 혐의를 받는 A(18)양 사건을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한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소년보호사건송치는 검사가 일반 형사재판이 아닌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보내는 걸 의미한다. 기소는 아니지만 무고 혐의 자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학생이던 A양은 교육청에 전학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사유서에 ‘친구인 B양의 언어폭력으로 힘들어서 전학을 원한다’고 기재했다. 이를 확인한 담임교사에 의해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었고, 사건은 곧바로 학폭위로 넘겨졌다.
B양은 “서로 잘 지내왔고, 언어폭력을 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한 달 뒤 열린 학폭위는 A양이 제출한 SNS 대화 내역을 근거로 B양에게 사회봉사 6시간에 해당하는 학교폭력 4호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복 등을 금지하는 2호, 특별교육 5시간 처분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폭위가 A양이 제출한 SNS 대화 내역 등 디지털 증거의 진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맥락이 잘려나간 대화 내역은 결정적 증거가 됐다. B양 가족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24년 12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이듬해 5월 경기도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에서 B양 징계가 3호로 일부 감경됐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인정됐다.
B양 측은 2025년 10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경기도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측이 보관 중이던 증거를 열람했다. A양이 제출한 증거에서 특정 대화의 맥락이 무시되거나 발화 대상이 바뀌어 편집돼 있었다. B양 측은 사설 업체를 통해 포렌식 감정을 받았고 A양이 자신에게 불리한 대화 내용이나 자신이 욕설을 한 부분, 그리고 B양과 원만하게 지냈던 대화들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A양은 학교폭력 신고에 더해 B양을 명예훼손과 모욕, 상습폭행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2025년 8월 무혐의로 처분했다. 이에 맞서 B양은 같은 해 11월 A양을 무고로 고소했고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이 해결된 건 아니다. B양의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법 재판부는 올 4월 첫 변론에서 사건의 핵심 쟁점인 ‘증거 조작 여부’와 관련한 형사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경과를 보겠다며 다음 변론 기일을 두 달 뒤인 올 6월로 잡았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입시를 앞둔 B양 가족은 “온 가족이 2년 가까이 이 사건에 신경 쓰고 있다”며 “학교폭력을 인정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조작이라는 혐의가 인정돼 사건도 송치됐는데 교육청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