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는 국내 신선 농산품 가운데 일본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조기심 농산 대표가 1995년 네덜란드산 파프리카 씨를 일본에서 가져와 전북 김제에서 처음 재배했을 무렵,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했던 이 채소의 판로를 뚫어준 곳이 일본이었다. 일본 시장 내 한국산 파프리카 점유율은 경쟁국인 네덜란드와 뉴질랜드를 제치고 한때 80%를 차지했다. 현재는 국내에서도 파프리카 소비가 늘어나면서 점유율이 50∼60%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일본에서 제2의 파프리카로 육성하려고 하는 신선 농산품이 있다. 바로 참외다. 한국에서는 여름철 남녀노소가 즐기는 과채류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현지에서 ‘차메’로 불리는 참외는 일본에서 병문안용 선물로 인기가 많은 멜론과 비슷한 식감이지만, 한국 생활을 오래 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린다. 없어서 못 먹는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 씨까지 먹나. 일본인들에게는 절대 무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도쿄 시부야구 도큐플라자하라주쿠 3층에 있는 카페 하우즈(HOW’Z)는 12일 참외를 이용해 만든 디저트 메뉴를 여름 한정판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우유와 탄산을 첨가해 참외 과육이 아삭아삭 씹히도록 만든 음료 ‘참외 밀크 소다’(가격 700엔·약 6600원), 참외·키위·블루베리·그래놀라·꿀 등을 넣어 샐러드처럼 만든 ‘참외와 키위 요거트 플레이트’(1680엔), 치즈 타르트 위에 참외를 얹어 씨와 껍질까지 씹히는 ‘참외 로 타르트’(1430엔) 세 종류다.
aT 일본지역본부와 협업해 만든 이들 메뉴를 이날 출시 행사에서 맛본 일본인 뷰티, 라이프스타일 분야 인플루언서들은 연신 “맛있다”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6만 팔로어가 있는 인플루언서 히로타 모모(26)씨는 1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지만 참외를 본격적으로 먹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수분이 많아서 여름에 먹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타르트가 정말 맛있었는데, 스트레스 완화 효능이 있는 건강식이라고도 하니 디저트를 조금 넘어선 존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멜론 1개가 900엔(8500원)쯤 하는데, 참외는 멜론보다 작고 가격도 반값(약 450엔)이라 혼자서 사는 사람들이 먹기 편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모인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세 종류의 메뉴 외에 생으로 썬 참외도 제공됐다. 이들은 영양분이 많다는 말에 별다른 위화감 없이 참외 씨와 껍질까지 맛봤다.
우미씨는 “참외를 처음 먹어봤는데, 향이나 맛이 멜론과 비슷하다는 게 첫인상이었다”며 “씨와 씨 주변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신기했다. 샐러드 형식 제품이 많은 인기를 끌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참외의 맛을 알게 된 일본인들은 꾸준히 참외를 찾고 있다. 일본이 한국산 참외의 최대 수출국이 됐을 정도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참외 수출액은 약 105만5000달러(16억원), 수출 물량은 약 271t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4%, 39.0% 증가했다.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산 참외가 2023년 8월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표기식품’으로 일본 소비자청에 등록된 점이 차별화와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선보인 참외 메뉴는 이곳 외에도 도쿄 내 다른 2곳의 디저트 카페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aT 일본지사는 이밖에 이온리테일, 돈키호테, 마키야 등 일본 전국 주요 유통매장에서 참외 전용 판매대와 시식 홍보장을 갖추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참외를 본격 홍보하고 나섰다. aT 관계자는 “참외를 처음 접해본 20대, 30대 고객의 호응이 특히 좋다”며 “한국 드라마에 참외를 먹는 장면이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직접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라고 전했다.
정현철 aT 일본지역본부장은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참외는 멜론의 대체품이자 스트레스 완화 기능성 과일로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참외를 깎아 먹는 법,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 법까지 잘 알려서 파프리카를 잇는 제2의 수출 효자 품목으로 육성하고 한국 농가 소득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