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만 가면… 與 이슈에 묻히는 정상외교

李 유럽 순방 중 與 지도부
‘안방’ 격 호남서 공개 설전
2025년부터 정상외교 시점에
당내 이슈 부각에 시선 분산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외교 차 출국할 때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 이슈가 부각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 여부가 여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정 대표를 지지하는 친청(친정청래)계 당권파와, 정 대표 연임을 저지하려는 친명(친이재명)계 비당권파가 정면충돌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출국 중 ‘계파 갈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12일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친청계와 친명계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정 대표의 면전에서 공개 사퇴 촉구가 분출한 지 하루 만이다. 정 대표의 연임을 저지하려는 친명계가 “뻔뻔한 지도부”라고 각을 세우자 친청계는 “민주당답지 않은 언어”라고 맞대응했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황명선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이길 수 있는 곳, 져서는 안 되는 곳에서 저를 포함한,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가 부족했다”며 “많은 분들이 뻔뻔한 지도부라고 한다. 저는 다음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연임하지 않겠다. 그것이 도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정 대표를 비롯한 친청계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했다. 정 대표가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강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 대한 우리 국민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엄중한 경고였다”며 사실상 정 대표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친청계는 정 대표를 엄호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계파의 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이후에 당원 1인 1표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1인 1표제는 오랜 기간 우리 당원들이 민주주의에 걸맞은 당원주권정당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이룩해 낸 성과”라고 했다.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취재진에 인터뷰하고 있다. 뉴시스

◆정상외교 때마다 반복

 

공교롭게도 현 정부 들어 이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출국할 때마다 당내 이슈가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을 땐 정 대표가 전 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언주 전 최고위원과 황·강 최고위원이 시점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지난해 10월 이 대통령이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했을 때는 ‘대통령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대두됐다. 박수현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를 ‘국정안정법’이라고 명명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이로 인해 정상외교 성과보다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지난해 8월과 9월엔 검찰청 해체 추진 및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잇달아 추진해 여론의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