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만으론 부족했다”…유통업계, 지역으로 들어간 ESG

유통업계의 사회공헌 방식이 바뀌고 있다. 돈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특히 세계 환경의 날을 전후해 기업들의 환경정화 활동이 이어졌다.

 

오비맥주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6월 한 달간 광주·이천·청주 3개 생산공장에서 임직원 참여형 환경정화와 친환경 실천 활동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올해 주제인 ‘기후 행동’에 맞춰 공장 주변 하천 정화, 자원순환 프로그램, 음식물 쓰레기 감축 캠페인을 함께 운영한다.

 

광주공장에서는 지난 4일 임직원 30여명이 영산강 일대에서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천공장은 14일 임직원 40여명이 복하천 일대 정화 활동에 나서고, 폐페트병 뚜껑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키링 제작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청주공장도 같은 날 외천천 일대 정화 활동을 벌인다.

 

오비맥주는 앞서 3월 세계 물의 날에도 3개 공장 인근 하천에서 릴레이 수자원 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생산공장이 자리 잡은 지역의 하천을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이트진로는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제주 닭머르해안에서 2분기 환경정화활동을 진행했다. 제주지점 임직원뿐 아니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아라종합사회복지관,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 폴리텍대학교 제주캠퍼스가 함께했다.

 

참여자 60여명은 약 1시간 30분 동안 플라스틱, 낡은 어망, 비닐 등 해안 쓰레기 2톤가량을 수거했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제주 표선해변에서 첫 정화활동을 시작한 뒤 분기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부터는 지역 기관이 함께하는 연대형 활동으로 범위를 넓혔다.

 

생활 폐기물 문제는 기업 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1인당 생활계폐기물 발생량은 459kg이었다. 제품을 만들고 파는 기업 입장에서도 자원순환과 지역 환경 관리는 더 이상 부가 활동으로만 보기 어렵다.

 

SRT 운영사 에스알도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둔 지난 4일 동탄역사와 주변 상가 일대에서 ‘RE:EARTH 쓰담쓰담 플로깅 캠페인’을 진행했다. 동탄역 직원 봉사단과 롯데백화점 동탄역점, 동탄2지구대 등 지역 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사회공헌의 또 다른 축은 아동·취약계층 지원이다. 최근 활동의 특징은 기업이 시설을 찾아가 직접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트립닷컴은 임직원과 가족이 참여한 나눔 캠페인을 마치고 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디딤자리’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인 ‘패밀리데이’에서 기부 참여형 가족사진관을 운영했고, 촬영비와 회사 매칭 기부금을 더해 후원금을 마련했다.

 

기부금은 디딤자리에 거주하는 장애 영유아 30여명의 재활치료비와 생활필수품 구입에 쓰인다. 임직원들은 전달식 당일 시설을 직접 찾아 내부 청소 봉사도 진행했다.

 

디딤자리는 장애로 가정에서 보호받기 어렵거나 입양이 보류된 만 0~6세 중증 장애 영유아가 생활하는 소규모 거주시설이다. 트립닷컴은 2023년부터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등 주요 시기에 선물 전달과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도 어린이날을 맞아 경기 하남시 보바스병원 어린이재활센터를 찾았다. 환아 140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토이저러스’ 행사를 열고 완구를 전달했다. 현장에는 페이스 페인팅과 포토존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앞서 롯데마트는 전남 영광군 수애원지역아동센터를 찾아 아동 39명에게 완구와 간식 꾸러미를 전달하고, 노후 책장을 교체하는 등 학습 환경 개선 활동도 진행했다.

 

업계가 현장형 ESG에 힘을 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사회가 체감하는 활동이어야 기업 이미지도 오래 남는다. 봉사에 참여한 임직원 역시 회사의 ESG를 보고서 문구가 아닌 실제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환경정화는 지자체·해양경찰·지역 기관과 손잡을수록 효과가 커진다. 아동 나눔 역시 복지시설이나 구호단체와 협력해야 필요한 물품과 지원 방식을 더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ESG 활동은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사실보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지역사회와 반복적으로 만나는 활동일수록 기업의 진정성도 더 잘 전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