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찰스 3세 누린 ‘베르사유궁 환대’ 받는다

17일 베르사유궁에서 마크롱과 만찬
‘미국 독립 250주년 축하’ 의미 부여
실은 트럼프 G7 보이콧 차단 ‘고육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가 주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베르사유 궁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따로 만나 만찬을 함께한다. 파리 인근에 있는 베르사유궁은 ‘태양왕’ 루이 14세(1643∼1715년 재위)가 누린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호화로운 궁전이다.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2월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이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P연합

1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엘리제궁과 공동으로 이 같은 일정을 공개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17일 베르사유궁에서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만찬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올해 독립 250주년을 맞은 것을 “프랑스·미국 우정의 역사적 상징”으로 규정했다.

 

1776년 영국 식민지이던 미국이 독립을 선포한 뒤 영국의 반발로 독립 전쟁이 일어났다. 프랑스는 군대를 보내 미국을 도왔고 영국군은 끝내 항복했다. 1783년 파리 조약에 따라 미국은 정식 독립국으로 승인을 받았다. 오늘날 프랑스가 ‘미국의 첫 동맹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뉴욕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에 선물로 증정한 것이다.

 

프랑스가 의장국인 올해 G7 정상회의는 스위스와의 접경지에 있는 휴양 도시 에비앙에서 오는 15∼17일 열린다. 따라서 마크롱과 트럼프는 17일 오전 G7 회의가 종료하면 각각 파리로 이동해 만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G7 정상들로선 다소 서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독립 250주년 축하’란 명분까지 내세우며 마크롱이 트럼프와의 베르사유궁 만찬 일정을 잡은 것은 G7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다. 트럼프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을 제대로 돕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며 특히 주독미군 일부 감축을 통보했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보이콧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파리 인근 베르사유궁 정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

지난 2025년 6월 캐나다 G7 회의 당시 트럼프는 전체 2박3일 중 첫날 일정만 소화한 뒤 귀국했다. 이번에도 트럼프가 그렇게 하면 ‘G7 회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마크롱으로선 G7 회의가 열리는 내내 트럼프를 프랑스에 붙잡아두기 위해 회의 폐막 후 호화 만찬이란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베르사유궁은 평소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다. 다만 드물게 프랑스와 가주 가까운 나라나 주요 강대국 지도자를 위한 만찬 또는 정상회담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프랑스가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외교적 예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즉위 후 처음으로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위한 만찬이 베르사유궁에서 열렸다. 마크롱은 취임 첫해인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궁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에 전면전이 발발하기 전으로, 마크롱은 프랑스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매우 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