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해 내린 외국인 사용 제한 조치를 오픈AI 등 다른 AI 기업으로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미 정부는 앞서 12일 앤트로픽의 ‘미토스5’·‘페이블5’에 대해 외국의 기관·개인이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특정 상용 AI 모델의 사용 접근권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단한 첫 사례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한 대상에는 앤트로픽의 외국인 직원들도 포함됐다.
기존 AI 관련 수출 통제가 주로 첨단 반도체 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AI모델을 직접 사용하는 이용자 단계에서 접근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앤트로픽은 해당 지침 준수를 위해 일단 모든 이용자의 접속을 막았다.
앤트로픽은 미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사이버 보안 등 관련 민감한 영역에 대한명령(프롬프트)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페이블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지만, 이는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같은 수준의 탈옥은 오픈AI의 ‘GPT-5.5’를 비롯한 다른 모델에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페이블을 테스트 중이던 앤트로픽과 미국 정부 양측의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미 정부) 관리자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에게 우회 방법을 수정하거나 모델 배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다리오가 이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수출 통제를 발동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색스 위원장은 “사이버 무기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우회 방법을 어떻게 ‘심각하지 않다’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앤트로픽의 반응은 안전한 AI 연구 커뮤니티로서의 브랜드 평판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한편 색스 위원장이 말한 ‘양측의 매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는 아마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자사 연구원들이 앤트로픽의 ‘페이블5’ 모델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는 우회로를 발견했다고 정부 측에 알렸고 이에 따라 정부가 차단 지침을 내렸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미 정부 측 보안 인력들은 아마존의 주장을 검증한 뒤, 이 위험을 해결하려는 가장 직접적인 방안은 외국 정부·기업·개인이 이 도구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를 최종 승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현재까지 앤트로픽에 총 13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 핵심 투자자이며, 향후 앤트로픽의 상업적 이정표(마일스톤) 달성과 연계해 200억달러의 추가 투자도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아마존은 오픈AI에 최대 500억 달러(약 75조원) 투자를 약정하는 등 오픈AI 쪽에도 베팅하고 있다.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앤트로픽과 국방부(전쟁부) 등 미 행정부 간 갈등도 이번조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싱크탱크 R스트리트 연구소의 애덤 티어러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현재 이 나라에서 AI의 정치화가 심화하고 첨단 컴퓨팅에 대한 통제권이 집중되는 것을 목도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 출신인 케이트 코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연구실 부실장은 안보상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앤트로픽에 대한 백악관의 반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