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된 집회의 성격이 갈수록 변질되고 있다. 애초 개표장이 있던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을 봉쇄한 2030 세대가 간절히 외친 것은 ‘참정권 보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더니 과거 극우 세력 집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국 국기 성조기까지 등장했다. 2030 세대가 빠져나간 자리를 부정 선거 음모론자들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 어게인’ 세력이 채웠다. ‘2030 세대의 참신한 정치 참여’라는 평가가 무색해졌다.
세계일보가 경찰청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참정권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5∼9일 일선 경찰이 접수한 112 신고는 139건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의견 충돌을 벌이다 폭행 사태로 번지는 사례도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정복 차림의 경찰관들은 시위대로부터 신분증 제시는 물론 관등성명 복창 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시위대 일부가 핸드볼 경기장에 출입하는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단을 상대로 가방 검사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벌어졌다.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대한체육회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한다. 공권력 무시가 도를 넘었다.
참정권 침해 집회가 2030 세대의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23세 대학생 박모씨는 본지에 “(투표용지 부족으로) 참정권이 침해됐으니 그걸 다시 행사하고 싶어 시위에 참여한 건데 부정 선거는 정치적 어젠다(의제)”라며 “부정 선거보다는 부실 선거가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관계자도 “중도 시민들을 포섭하기 위한 시위에서 점점 윤 어게인 중심 시위로 바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일반 시민, 특히 체육 단체 관계자와 선수 보호를 위해 공권력 투입 방안도 검토함이 마땅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 책임이 작지 않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집회 현장을 찾아 ‘6·3 선거는 부정 선거’란 취지의 주장을 펴며 재선거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런 장 대표를 부정 선거 음모론자로 몰아가며 정쟁의 맞불을 지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 관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무능을 드러낸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이다. 여야가 선관위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한 만큼 불필요한 정쟁을 접고 신속히 국조를 실시해야 한다. 부디 “우리에게서 참정권마저 빼앗으려 하느냐”는 2030 세대의 절규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