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폭주에 은행권 신용대출 열흘 만에 1.6조 폭증

마통 이용한 ‘빚투’ 1.3조 늘어나
수요 급증에 금리 상단 6% 돌파
은행, 신용대출 한도·마통 조이기
증권사, 매도대금담보대출 수익 ↑

국내 증시 활황에 빚투(빚 내서 투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1조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주식 매도대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고금리 상품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1379억원으로, 지난 달 말 대비 1조6226억원 늘었다. 지난 달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2조1741억원)이 5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에도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잔액 기준으로는 2023년 8월(104조4171억원) 이후 최대치다.

14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특히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빚투가 크게 늘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42조8170억원으로, 지난달 말 41조5324억원 대비 1조2846억원 증가했다. 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력 신용대출 금리는 4.39∼6.08%로 상단 6%대를 넘어섰다.



앞서 11일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에 대한 자율 관리를 촉구하자 시중은행들은 곧바로 전방위적인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16일부터 일반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는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약정금액 3000만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약정기간 및 만기 직전 3개월 기준 한도 사용률 10% 미만인 계좌는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신용대출 신규 신청 시 차주의 연 소득과 관계 없이 개인별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신용대출이 현재 연 소득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고소득자를 겨냥한 추가 규제로 평가된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은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접수를 중단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주식 매도 후 현금이 입금되기 전 이를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매도대금담보대출’ 이자수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상위 10개 증권사의 매도대금담보대출 이자수익은 총 535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 이자수익(658억9000만원)의 81.3%에 달하는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이 자금 일부가 빚투 유지에 쓰였을 것으로 본다. 빚투 투자자가 미수금(결제 부족금)을 갚기 위해 다른 주식을 매도한 뒤, 매도대금담보대출로 즉시 현금화해 미수금을 메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