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체코전을 역전승으로 장식하면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싸워 A조 최강으로 평가받는 멕시코마저 19일에 잡아낸다면 조 1위로 32강 진출도 가능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3을 챙긴 한국은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은 멕시코와 승점에선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A조 2위에 자리했다.
체코전 승리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까지 주어지는 32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조별리그에서 두 팀의 승점이 같은 경우 골득실이 아닌 승자승 원칙이 먼저다.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체코를 누르면서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자체 월드컵 전망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승을 거둔 한국의 32강행 확률은 93%”라며 토너먼트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전망했다. 디 애슬레틱은 월드컵 시작 전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70.35%로 점친 바 있다.
체코전 다음날인 13일 대표팀 훈련장인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만난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장)와 백정국 의무팀장(서울투탑정형외과 관절·스포츠손상 센터장)은 “오현규 선수가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송 수석주치의는 “오현규는 고지대 적응과정에서 탈수 증상이 있었고, 뒤이어 스트레스가 겹쳐 고열까지 생겼다”면서 “해열제 투입과 수분 보충을 통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구체적인 치료법은 공개할 수 없다. 우리의 비밀 병기”라고 말했다. 백 의무팀장은 “점심식사 후에 회복이 됐고, 경기장 도착 즈음엔 표정도 완전히 바뀌고 거의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홍명보호 의무팀은 체코전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선수들의 ‘고지대 적응’도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송 박사는 “고지대 증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생리적 현상”이라면서 “홍명보 감독이 고지대 적응이 중요하다는, 명확한 판단을 해줬기에 사전캠프 때부터 선수들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년 전 카타르에서는 등번호 없는 ‘27번째 태극전사’로 대표팀과 동행했던 오현규가 4년이 흘러 우상인 황선홍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의 등번호 ‘18번’을 당당히 달고 결승골을 넣은 원동력에는 아버지 오해선(57)씨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오씨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가게 문을 3주간 닫고 멕시코로 날아왔다. 오씨가 추어탕집을 차린 것도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그는 “자영업을 해야 현규를 따라다닐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추어탕이 건강식이기도 하고, 형편상 보약을 해줄 수 없다 보니 보약삼아 하루도 빠짐없이 추어탕을 먹였다”고 말했다. 오현규는 “지금부터 한 달 뒤에는 부모님이 가게 문을 열지 않으셔도 되게끔, 제가 남은 경기를 더 잘해서 앞으로도 편하게 모셔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