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야기했던 남과 북은 다시 단절과 대결의 시대로 되돌아섰다”면서도 ‘6·15 남북공동선언’의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비롯한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추진해 왔고, 흡수통일이나 일방적 체제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李 “6·15 공동선언 불씨 살아있다 확신”
이탈리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이날부터 교황청 방문 일정에 돌입한 이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추기경이 집전하는 특별 미사에 참석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관한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오랜 세월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염원해 왔고 대한민국 역시 그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한결같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교황청에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오늘날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갈등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중동에서는 새로운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며 “협력과 공존의 기반이 흔들리며 국제사회 곳곳에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한반도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남북을 연결하던 소통의 통로는 닫혔고 불신과 긴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대중정부 시절이던 2000년 발표된 ‘6·15 남북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오랜 적대와 긴장을 넘어 대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저는 지금도 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갈등과 불확실성이 세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면서 “민주주의가 길어 올린 빛으로, 풍요로운 문화가 빚어낸 품격으로, 과학기술과 혁신이 열어가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더욱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모든 이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세계 평화로 이어지고 세계의 연대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함께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내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청년대회를 언급하며 교황청의 관심과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다.
◆피렌체 방문… 우피치·국중박 협력
이 대통령은 전날에는 이탈리아 북부 토스카나의 주도인 피렌체를 방문해 에우제니오 자니 토스카나 주지사를 면담하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우피치 미술관을 시찰했다.
이 대통령은 자니 주지사와의 면담에서 “토스카나와 한국 간 교류 발전 및 토스카나를 찾는 우리 재외동포의 편의와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의 피렌체 방문 배경에 대해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방 도시 방문은 이탈리아 정부의 국빈에 대한 예우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지방 방문지로 피렌체를 택한 이유는 피렌체가 르네상스 발원지이자 세계적인 우피치 미술관을 보유한 문화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면담 후에는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다. 우피치 미술관은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로 우피치 미술관의 대표 작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조토의 ‘오니 산티 마돈나’ 등을 한국에 소개하는 전시 교류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