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서 드러난 월가의 힘… SEC·골드만삭스·JP모건 [더 나은 경제 SDSS]

스페이스X의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맨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념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며 자축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웠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발사 서비스와 위성통신 스타링크, 국방·우주 인프라 사업을 아우른다. 전 세계 우주궤도 로켓 발사량의 과반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의 비상장 기업 중 하나였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 조달 금액은 약 750억달러(한화 약 114조원)로 역대 최대다. 기업가치는 약 1조7700억달러로 평가돼 상장과 함께 테슬라를 제치고 미국에서 시가총액 6위에 올랐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19.34% 오른 161.11달러로 마감했고, 장중 한때 176.52달러까지 뛰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번 상장은 ‘대박’이 아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지난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스페이스X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매각 대상인 클래스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 가운데 231만4815주(공모가 기준 약 3억1250만달러)를 배정받는 것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상장 직후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종 배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 판매 물량에 1주도 배정하지 않으면서 국내 청약은 전량 무산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지난 5∼10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1·2차에 걸쳐 약 5억달러(7600억원) 규모의 청약을 받았는데, 당시 판매 시작 1~2분 만에 모두 끝날 만큼 열기가 뜨거웠었다. 결국 지난 13일 새벽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됐다.

 

여파는 자산운용업계로 번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에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 물량을 ‘에이스(ACE) 미국우주테크 액티브’, ‘타이거(TIGER) 글로벌 AI 액티브’ 등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할 계획이었으나,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청약이 무산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다만 한투운용은 상장 첫날 장중 매매로 일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배정 무산의 배경과 경위를 들여다보기로 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된다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미국 공모주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SEC 증권신고서에 적힌 인수 수량은 인수단 참여 비율(Underwriting Commitment)을 뜻할 뿐 투자자에게 실제 판매되는 최종 물량 배정(Allocation)을 보장하지 않는다. 최종 배정은 대표 주관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SEC가 공시를 규율하는 관문이라면,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는 시장의 관행과 주관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주관사의 배정 재량이 절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 재량의 정점에 골드만삭스가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증권신고서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리드 레프트 북러너(lead left bookrunner)’, 즉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이번에 22개 증권사에 배분될 예정이었던 물량은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1억1111만여주로 가장 많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씨티그룹·JP모건이 각각 8333만여 주, 바클레이즈·UBS·웰스파고 등이 1111만여주,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은 맥쿼리·미즈호·산탄데르 등과 함께 231만여주 그룹으로 분류됐다. 나스닥 상장 직후 전 세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자 골드만삭스는 물량을 재배정하면서 하위 그룹 일부에 돌아갈 예정이었던 판매 물량을 회수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머스크에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대표 주관사를 맡은 것을 영광이라고 적었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테슬라 상장도 주관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배제는 더 주목됐다. 미래에셋그룹은 스페이스X 비상장 시절부터 xAI 등과 함께 8000억원 이상 투자한 초기 기관투자가다. 상장 직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머스크의 ‘선택’을 받아 약 4700억원 규모를 따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장기투자자라는 지위도 상장 직후의 수요 폭증과 대표 주관사의 재량 앞에서는 최종 배정을 보장하지 못했다.

 

JP모건은 BofA·씨티그룹과 함께 두 번째 그룹의 인수단으로 참여했을 뿐인데도 상장 첫날 밤 미 뉴욕 맨해튼 파크애비뉴 270번지에 있는 신사옥에서 스페이스X 임직원을 위한 대규모 기념 파티를 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40억달러를 들인 60층 신사옥의 최상부인 57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스페이스X 직원 수백명이 초대됐고, 두 회사의 로고를 새긴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우주를 주제로 한 칵테일, 로켓 모양 케이크가 등장했다. 사옥 꼭대기를 로켓 발사 영상으로 수놓은 라이트 쇼가 행사의 백미였다.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윈 숏웰 사장과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해 축사했고, 머스크는 불참했다.

 

이 파티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머스크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 4조6000억달러로 시총 기준 세계 최대의 은행을 이끄는 다이먼 CEO는 2016년 JP모건이 테슬라 관련 리스 인수를 거절한 일을 계기로 머스크와 수년간 불편한 관계였으나, 지난해 초 이견을 일부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티의 표면적 명분은 기념이지만, 실질적 목적은 상장으로 새로 탄생한 부유층을 미래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이번 IPO로 약 4400명의 백만장자와 400명 안팎의 1억달러 이상 자산가가 생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JP모건의 힘은 투자은행(IB) 부문에만 있지 않다. 상업은행·자산 관리·프라이빗 뱅킹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초대형 IPO 성공의 관건인 고액 개인투자자와 장기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월가 최상위권 네트워크를 갖췄다. JP모건은 대표 주관사 자리를 얻지 못했지만, 관계 자본을 극대화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골드만삭스도 별도의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댄 디스 글로벌뱅킹 및 시장 공동 대표는 공모가 확정 직후 스페이스X 경영진을 초청해 축하했고, 방문객에게는 소행성 모양의 마카롱이 제공됐다. 월가에서 이번 거래는 ‘트로피 딜’로 불린다. 주관 은행들은 수억달러의 수수료를 챙겼고, 향후 추가 증자와 신규 부유층 고객까지 노릴 수 있는 승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를 인공지능(AI)이 이끄는 ‘자본시장 슈퍼사이클’의 신호로 평가했다.

 

‘스페이스X 0주’ 배정 사태는 우리나라 외환시장과도 무관치 않다. 세계적인 초대형 IPO 청약에는 원화를 미 달러로 바꾸는 환전 수요가 단기간에 수조원 규모로 몰리는데, 원화가 약세를 보이던 시점과 겹치면서 추가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외환 당국의 요청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청약 마감을 앞두고 기관투자자의 물량을 신청액의 30% 수준으로 제한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철회권도 부여했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환율 변동성 리스크를 충분히 안내했는지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스페이스X의 IPO가 국내 공모주 청약과 ETF 편입 전략은 물론이고 외환시장에까지 파장을 미친 셈이다.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과 함께 국제 공모주 시장의 권력 구조를 드러냈다. 공시를 규율하는 SEC, 최종 배정을 좌우하는 대표 주관사 골드만삭스, 그리고 관계를 자본으로 바꾼 JP모건이 세 개의 축이다. 국내 증권사가 전 세계 IPO 인수단에 참여하더라도 최종 배정은 대표 주관사의 재량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례로 확인되면서 해외 공모주 투자의 구조적 위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사태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수석 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수석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전략 컨설팅 펌 피어스베일(PierceVale) 대표,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지속가능연계채권 워킹그룹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