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교육 현실, 공론장으로"…'참교육' 글로벌 돌풍

공개 첫주 넷플릭스 비영어쇼 1위…외신 "묵직한 메시지에 장르적 재미"
"공교육 붕괴는 글로벌 이슈"…피해자 회복·공적 책임 조명
극단적 폭력·비현실적 해법은 한계…감독 "극적 재미 위한 장치"

교실은 학교 폭력과 도박·마약으로 얼룩졌고, 선을 넘는 학생부터 갑질하는 학부모, 비리를 조장하는 교사까지 다양한 주체로 인해 교육 현장은 자정 능력을 잃었다.

넷플릭스 제공.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 검은색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어른의 훈계 따위는 비웃는 불량 학생, 그를 압박하는 수많은 권력 앞에서도 그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법과 제도의 한계를 비웃듯 특유의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다가 폭주하는 빌런(악당)을 향해 시원하게 따귀를 날린다.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야 듣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친다.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한다"는 그의 일침은 무너진 공교육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지난 5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의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참교육'은 공개 3일 만에 비영어 쇼 부문 1위로 직행했다. 글로벌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비평가 지수 역시 80%(지난 14일 기준)에 달한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정의가 실종된 현실에 분노하게 만든다"며 "올해 나온 작품 중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뉴욕포스트의 대중문화 전문 사이트 디사이더 역시 "무너진 교육 현장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장르적 재미까지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제공.

'참교육'은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신설된 가상의 기관 '교권보호국'의 활약을 담은 판타지 액션물이다.

교권보호국을 창설한 교육부 장관 최강석(이성민 분)을 필두로 특전사 출신 감독관 나화진(김무열)과 임한림(진기주), 천재 사무관 봉근대(표지훈)가 한 팀이 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 학교에 극약처방을 내린다.

작품의 인기 배경에는 현실 속 학교의 어두운 민낯을 실감 나게 그려낸 에피소드와 사건별 등장인물들의 열연, 다양한 빌런들을 처단하는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의 '사이다' 액션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학교 폭력부터 교내 조폭 서클, 청소년 마약과 도박, 학부모들의 선 넘는 악성 민원, 교사의 시험 비리, 촉법소년 제도 악용 등을 다룬 10개 에피소드는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교육 현장의 실제 사건·사고를 연상시켜 몰입감을 높인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이유는 무너진 공교육의 현실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교육 붕괴와 교내 범죄 등은 동아시아 지역 외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보편화된 사회적 이슈"라며 "특히 사회 불평등이 심하고, 위계질서에 따른 서열화가 분명한 나라일수록 교내 왕따나 학교폭력, 학부모 갑질 등 문제도 더 심각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에 따른 사이버 불링이나 마약, 폭력 등 청소년들이 마주한 위험의 성격은 이미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됐다"며 "폭력을 정당화하던 과거 방식과 거리를 두면서도, 다음 단계의 대안을 찾지 못한 교육 현장의 실태 역시 전 세계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은 벼랑 끝에 선 피해자들의 고통에 깊이 이입하는 한편, 가해자들을 상대로 한 통쾌한 응징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현실에도 교권보호국이 시급하다"며 열띤 반응을 보냈다.

현직 교사들을 비롯한 교육계의 관심도 뜨겁다. 작품 공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은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참혹하다"며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더 글로리', '소년심판', '약한영웅' 등 학교 폭력과 청소년 범죄를 고발한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참교육'은 사적 복수나 법적 처벌에만 국한되던 기존 장르물의 문법에서 벗어나, 가해자의 '진정한 책임'과 피해자의 '회복'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 작품은 사법 처벌을 넘어 가해자의 진정한 참회와 피해자의 용서가 전제돼야만 피해자들의 상처가 온전히 치유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며 "잘못을 반성하는 이들과 선한 의지를 지닌 주체들을 중심으로 교육 현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평했다.

또 법률과 교칙의 사각지대 위에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학교를 향한 '공적 책임'과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짚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윤태 교수는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이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 서구권보다 국가 시스템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은 편"이라며 "사적 정의를 실현하는 민간인 영웅이 아니라 국가, 혹은 공적 조직을 통해 해결을 꾀한다는 점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원작 웹툰 연재 당시 논란이 됐던 성차별·인종차별적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고, 학생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등 학교를 망가뜨리는 다양한 주체의 과오를 균형 있게 짚어냈다는 점에서도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한 극단적인 폭력과 비현실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아쉬운 지점으로 꼽힌다. 군인 출신 감독관이 문제 학생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거나,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촉법소년들을 사적으로 감금하는 등의 방식은 실제 현실에선 용인될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교권보호국은 판타지 속 기관이고, 극 중 체벌 역시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라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까지가 작품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이 작품이 무너진 공교육 현실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리고, '해결책 모색'이라는 과제를 던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성민 교수는 "대중예술의 역할은 판타지를 빌려서라도 무너진 현실의 문제를 대중에게 환기하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묵직한 화두를 사회에 던진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성취"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