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만석인데 남는 게 없다”…저비용항공사에 무슨 일이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공항은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사정은 다르다. 비행기 좌석은 대부분 채워지는데도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승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좌석은 팔리지만 수익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특가 경쟁으로 항공권 가격이 낮아진 데다 항공유 가격과 환율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공항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824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1% 늘었다. 탑승률만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진에어 탑승률은 88.3%, 제주항공은 86.8%로 대형항공사(FSC) 평균 85.3%를 웃돌았다.

 

높은 탑승률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LCC 3사의 2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티웨이항공 1200억원, 진에어 703억원, 제주항공 540억원이다. 1분기 성수기 효과로 버텼던 LCC들이 2분기에는 다시 비용 부담에 밀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항공권 가격 경쟁이다. 예약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항공사들은 할인 항공권을 내놓아 빈 좌석을 채운다. 덕분에 탑승률은 높아지지만 승객 1명당 받는 운임은 낮아진다. 비행기는 꽉 차도 수익은 기대만큼 늘지 않는 구조다.

 

항공사는 비행기 한 대를 띄우는 데 드는 고정비가 크다. 연료비와 정비비, 공항 사용료, 인건비는 좌석이 싸게 팔렸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좌석당 수입이 낮아지면 만석에 가까워도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렵다.

 

외부 변수도 거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410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낮췄다. 지난해 추정치 450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중동 지역 불안과 항공유 가격 급등이 항공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흔들고 있다.

 

IATA는 올해 항공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152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90달러보다 약 70% 높은 수준이다.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에 일부를 반영하더라도 비용 상승분을 모두 메우기 어렵다.

 

환율도 부담이다.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유류비 상당 부분은 달러로 결제된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같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원화 기준 부담은 커진다. 대형항공사는 장거리 노선, 화물, 프리미엄 좌석 등으로 손실을 일부 분산할 수 있지만 LCC는 단거리 여객과 가격 경쟁 의존도가 높아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다.

 

항공사들은 비용 줄이기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6월 한 달간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 무급휴직을 받았다. 티웨이항공도 5~6월 객실 승무원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에어로케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진에어는 상반기 신입 객실 승무원 합격자 약 100명 가운데 50명의 입사 시기를 하반기로 미뤘다.

 

업계에서는 “수요가 없는 게 아니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가로 좌석을 채워도 항공유와 환율 부담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항공기 투자 계획도 조정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9일 보잉 B737-8 MAX 확정 구매 물량을 기존 40대에서 32대로 줄이는 정정 공시를 냈다. 옵션 구매 10대는 유지했고, 투자 종료 시점은 2027년 말에서 2028년 말로 1년 늦췄다.

 

공시상 직접 사유는 항공기 생산과 인도 계획 변경이다. 다만 환율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2018년 최초 공시 당시 적용 환율은 1달러당 1127.40원이었지만, 이번 정정 공시일 기준 환율은 1546.50원이었다. 확정 구매 물량을 8대 줄였는데도 정정 공시일 환율을 적용하면 투자금액은 5조4621억원으로 계산된다. 2018년 40대 기준 공시금액 4조9774억원보다 오히려 커지는 구조다.

 

업계는 여름 성수기를 하반기 실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은 수요가 비교적 견조하다. 반면 동남아와 유럽 등 운항거리가 긴 노선은 유류할증료 부담이 여행 비용에 더 크게 반영된다.

 

항공기 도입이 늦어지면 신규 노선 확대와 기재 운영 효율화도 지연될 수 있다. 당장은 비용 방어가 우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과 노선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 수요는 살아 있지만 LCC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며 “여름 성수기에 얼마나 높은 운임을 유지하느냐가 하반기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