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군사력 약화시켰으나 이란의 호르무즈 '지렛대' 효용 입증시켜준 셈 이란, 美공세 버티며 반미진영 존재감 과시했지만 이웃·국제사회 인심 잃어 향후 핵협상 결과와 중동 안보지형 변화까지 지켜봐야 최종 판단 가능할 듯
14일(미국시간 기준)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협상 타결로 개전 106일 만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 이란전쟁에 따른 양국의 '대차대조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 모두 '승자'임을 주장하지만 이 전쟁에서 두 나라 모두 얻은 것만큼, 또는 그 이상을 잃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이란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미국, 그중에서도 개전을 결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란의 핵개발 시계를 뒤로 돌린 데 이어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각인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앞으로 본 협상을 거쳐 도출하려는 이란 비핵화 합의가 과거 자신이 탈퇴했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비해 진일보한 것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우라늄(HEU) 440kg의 폐기와 15년 또는 20년간의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합의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관철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 안보상의 '성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란의 군함을 상당 부분 파괴하는 등 적성 국가인 이란의 재래식 무력을 크게 약화한 것은 미국과 중동 내 미국의 동맹국, 특히 이스라엘의 안보에 기여한 측면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목은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가 이스라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휴전 기간을 포함해 100일 넘게 진행된 이번 전쟁이 미국과 걸프 지역 동맹국들을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군이 개전 첫날인 2월28일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시작으로 전쟁 초기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심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요 전쟁 목표 중 하나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폭사한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의 자리를 승계받았고, 이란의 신정체제는 외견상 건재한 것을 넘어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전쟁을 통해 이란의 옛 지도부를 제거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의 정책을 포기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로는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전쟁이 민족주의 정서로 똘똘 뭉친 이란 내 젊은 강경파들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정권에 저항해온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는 묻히게 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이론'의 영역에만 있던,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 '전략무기화'를 현실화한 것도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로 볼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는 데 성공함으로써 전력의 절대적인 열세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기 승전을 노렸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동시에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걸프 지역 내 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당한 상황도 중동 지역 동맹 관리 측면에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이란은 100일 이상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동의 '강소국' 이스라엘의 파상공세를 버텨냄으로써 반미 진영 내 존재감과 위상을 확인한 것을 나름의 '성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의 효과를 확인한 것도 미국과 국제사회에 끼친 부정적 여파의 크기만큼 이란 강경파 정권으로서는 '수확'이라고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중동 내 미군기지 '보복 타격'을 명분으로 UAE, 카타르 등 주변 아랍 국가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국제 에너지 수송의 약 20%를 감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선 것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시위대 유혈 진압에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외부 강적들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억눌러온 자국 내 반정부 여론이 종전 후 오히려 되살아날 가능성도 경계할 전망이다.
자국민들이 전쟁의 직접적 피해는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 고통을 겪게 하면서도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헤즈볼라(레바논), 후티 반군(예멘), 하마스(팔레스타인) 등 대리 세력들을 지원하는 데 썼던 이란 신정 정권의 행보가 과연 영구적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이번 전쟁을 통해 제기됐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번 전쟁에서 양국의 진정한 득실은 앞으로 진행될 핵 협상의 결과와 종전 이후 미국-이란 관계를 포함한 중동 안보 지형의 재편 과정, 이란 권부와 시민들 간의 관계 변화 등을 지켜봐야 최종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