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국가기후위 공동위원장 “탄소 감축 이젠 성과로 증명해야… 이행점검 기능 대폭 강화” [세계초대석]

2030 NDC·재생에너지 확대 계획도
선언 아닌 구체적 수치로 확인돼야

탄소배출량 이행 상황 촘촘히 점검
부처 답변 충분치 않으면 홈피 공개

기후위 산하 기후과학위 설치 추진
일반 시민 200명 참여 숙의기구 운영

이재명정부 1년간 기후정책은 80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검토할 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실제 감축 성과로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위) 공동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만나 기후정책의 무게중심이 ‘목표를 세우는 일’에서 ‘그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는 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내놓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도 이제는 선언이 아닌 수치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목표 설정은 잘해왔지만 정작 그 목표를 제대로 이뤄낸 적은 없었다”며 “2030 NDC만큼은 반드시 해내보자, 이것이 제가 세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후정책의 무게중심이 ‘목표 설정’에서 ‘성과 달성’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만큼은 반드시 달성하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유희태 기자

기후위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름을 바꿔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국가 중장기 감축계획을 심의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평가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월 민간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두 달을 맞은 그가 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위원회의 ‘이행점검’ 기능 강화다.

 

이 위원장은 탄소배출량이 목표대로 줄고 있는지 더 촘촘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이행점검을 하고는 있지만 결과를 보고받는 정도”라며 “(점검 결과에 대한) 부처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저희가 무작정 ‘이건 문제다, 고쳐라’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근거와 전문성을 더 보강하려고 한다”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국립환경과학원 기후 분야 일부를 합친 기후과학원이 만들어지면 이곳의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문기구인 ‘기후과학위원회’ 설치도 추진한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 산하에 기후과학위를 만들고 기후과학·경제학·법학·사회과학 전문가들로 위원을 구성해 자문을 받으려고 한다”며 “이를 토대로 훨씬 설득력 있는 이행점검 보고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의 또 다른 과제는 ‘시민참여 확대’다. 올해 처음 운영에 들어간 ‘기후시민회의’가 대표적이다. 기후시민회의는 지역·성별·연령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반영해 선정된 200명의 시민들이 전문가 설명과 토론을 거쳐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논의하는 상설 숙의기구다. 이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많은 시민들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경연대회(콘테스트) 형식으로 운영하거나, 동호회·학교 등에서 간략한 버전의 시민회의를 열 수 있도록 데이터와 자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 입법을 제때 마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공론화 시작 자체가 너무 늦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아 이 문제를 둘러싼 시민 숙의 과정을 두 달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정부 출범 1년간의 기후정책을 80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잘한 점은 목표를 합리적으로 세웠다는 것”이라며 “2035년 감축목표도 직선형 경로를 기본으로 두고 추가 감축 폭을 정했는데, 산업계 상황까지 고려해 균형 있게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목표를 성실하게 수립했다고 해서 100점을 줄 수는 없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면, 적어도 내년에는 어느 정도 건설됐는지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20점을 국민들이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ㅡ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새롭게 출범한 기후위의 지향점은.

 

“위원회의 핵심 기능은 ‘모니터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탄소중립 관련한 정부 계획과 정책을 사전에 심의하는 역할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계획들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매년 점검하는 기능이다. 일종의 사전·사후 모니터링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목표 설정은 잘 해왔지만, 제대로 달성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 2030 NDC를 반드시 달성해보자는 것이 취임 당시 가장 큰 목표였다. 기후위기 ‘적응’ 문제, ‘시민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ㅡ중장기 감축목표 이행을 점검하더라도, 개선을 강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도 이행점검은 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보고받는 데 그치고 개선계획 제출 의무는 충분하지 않았다. 최근 법 개정으로 절차가 조금 강화됐다. 기존에는 연말에 이행점검 결과를 내고 부처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앞으로는 9월에 이행점검을 마치고 3개월 안에 각 부처에 개선계획을 포함한 답변을 요구하게 된다. 만약 부처가 충분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ㅡ이행점검이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저희가 무작정 ‘이것은 문제이니 고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근거와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국립환경과학원 기후 분야 일부를 합친 기후과학원이 만들어지면 이곳의 데이터와 분석 역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내년에는 예산 확보를 통해 위원회를 전담 지원할 수 있는 팀 단위 조직도 검토하고 있다. 또 기후위 산하에 기후과학위원회를 구성하고, 기후과학뿐 아니라 경제학, 법학 등 사회과학 분야의 기후변화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이행점검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다.”

 

ㅡ‘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미 늦었다. 지금도 늦은 상황이다. 공론화 시작 자체가 너무 늦었고,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곧 다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ㅡ시민 숙의에서는 ‘오목형 경로(온실가스를 조기에 빠르게 감축하는 안)’가 선호됐지만, 국회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시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고 보나.

 

“오목형 경로에 대해 시민들이 상당한 지지를 보내준 것은 맞다. 다만 대의기구인 국회에서는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ㅡ이재명정부 1년, 기후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80점이라고 생각한다. 잘한 점은 목표를 비교적 합리적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예컨대 2035년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기본적으로 직선형 경로를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추가 감축 여지를 반영했다.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균형을 잡은 목표였다고 본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뒤로 미루지 않고 지금부터 줄여나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산업계에 보여줬다.”

 

ㅡ나머지 20점을 뺀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성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100GW를 하겠다고 했다면, 2027년에는 실제로 어느 정도 건설됐는지가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목표를 세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이행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성과가 확인될 때 국민들이 나머지 20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ㅡ정부가 검토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송전망 건설이 쉽지 않은 상황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 요금 가격 결정은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더 좋다. 회피 비용 같은 요소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는 실시간 요금제처럼 시장에서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ㅡ6·3 지방선거에서 기후 문제가 충분히 다뤄졌다고 보나.

 

“부족했다고 본다. 물론 단순히 지자체장이나 후보들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개발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더 많이 쏠려 있는 측면도 있다. 정치인은 대체로 유권자의 관심보다 반보 정도 앞서 나가는 존재다. 국민들이 왼쪽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치인이 갑자기 오른쪽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우리 지방 정치는 개발 위주의 사고가 강하고, 기후 정책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장은…

●1967년 광주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석·박사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위원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2050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 위원(간사)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국회 기후위기대응을위한공론화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