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UFC(종합격투기) 대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미국 건국기념일 250주년이라는 명분으로 개최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에 맞춘 ‘초대형 팔순 잔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대회에는 약 4500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날 대회는 악천후로 인해 약 45분간 지연됐지만, 수많은 팬이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엘립스 공원에 운집했다.
두 체급의 타이틀전 등 총 일곱 경기가 열린 이날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나와 경기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등 가족과 함께 경기장 맨 앞줄에서 경기를 즐겼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행정부·공화당 주요 인사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이 경기를 관람했다. 이번 대회 개최에 3000만달러(약 450억원)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행사를 자신의 남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령으로 과거와 같은 강인한 이미지가 약해지고 전쟁·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인기가 떨어지는 와중에 UFC를 통해 자신의 강력한 모습을 대중에게 과시하려는 한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80대에 접어들고 그의 대통령직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UFC 경기와 같은 행사는 과도한 보상 심리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행사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UFC 모회사 TKO그룹홀딩스의 주식을 1만5000∼5만달러 어치를 매입했다. 2024년 기준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TKO그룹의 주식을 소량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기업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이번 행사의 스폰서로 등록됐다. 상금 중 일부는 이 회사의 가상화폐로 지급될 예정이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이해충돌은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자녀들이 신탁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위대는 행사장 주변에서 UFC 개최에 반발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대회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수전 더글러스는 가디언에 “너무 심한 부패가 진동한다”며 이해충돌 논란을 언급하고 이번 행사를 비판했다. 이날 뉴욕에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진영이 콘서트를 여는 등, 미국 전역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3∼8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6%만이 백악관에서 UFC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6%였다. 공화당 지지자도 31%만이 적절하다고 답해 절반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