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창작음악 거장’ 50여년 발자취 조명

국립국악원, 작곡가 이건용 기획공연

현대 작곡법 기반 민족음악 개척
장르 넘나들며 300곡 넘게 작곡
7월 2~3일 예악당서 회고 무대

서양 현대음악 작곡기법을 기반으로 민족음악의 영역을 개척해온 작곡가 이건용(사진). 그의 음악세계를 조명하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국악원은 7월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창작악단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 Ⅴ-이건용’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창작악단이 창작 국악의 토대를 이룬 주요 작곡가의 작품을 되짚는 ‘작곡가 시리즈’의 다섯 번째 무대이자 현존 작곡가를 조명하는 첫 번째 공연이다.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 음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를 거친 이건용은 50여년 동안 3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긴 작곡가다. 성악과 합창, 기악, 오페라, 국악기 작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창작 음악의 방향을 모색해왔다. 특히 50곡 안팎의 국악기 작품은 창작 국악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창작 음악의 거장으로서 그가 걸어온 음악 여정을 여섯 작품으로 조명한다.

 

공연의 문은 위촉 초연곡 ‘피리 독주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령(靈)’이 연다. 이 작품은 피리 독주곡 ‘상령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됐다. 일반적인 협주곡처럼 독주 악기를 화려하게 부각하기보다 피리가 관현악을 선도하며 음악 전체를 이끄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독주자는 피리와 저음을 보완한 국립국악원 개량 대리피를 번갈아 연주한다. 제목 ‘령’은 상령산과 영산회상, 영성, 영감의 의미를 함께 품고 있다.

 

전통의 형식과 가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해금 협주곡 ‘가을을 위한 도드리’는 보들레르의 시 ‘가을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여름빛과 차가운 어둠 사이의 과정과 대비를 음악으로 그려낸다. 전통 악곡 ‘도드리’가 지닌 반복의 미학과도 닮아 있다. 2008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공연에서 초연된 뒤 여러 악단이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25현 가야금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변주곡 한오백년’은 개량 악기인 25현 가야금의 가능성을 탐색한 작품이다. 민요 ‘한오백년’의 가락을 주제로 삼아 13개의 변주를 펼쳐 보인다.

 

작곡가의 초기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14인의 주자와 여창을 위한 분향’도 50여년 만에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다시 연주된다. 이 작품은 1974년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첫 ‘한국음악창작발표회’에서 발표됐다.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등 아악에서 받은 인상에 펜데레츠키와 리게티 등 서구 현대음악의 음색적 실험을 결합한 작품이다.

 

2013년작 ‘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를 바탕으로 권력자의 허위와 은폐, 진실의 폭로를 다룬 국악 음악극이다. 작곡가가 직접 쓴 대화체 대본 위에 국악관현악과 판소리 창자의 표현력을 결합했다. 숨겨진 진실이 터져 나오는 순간의 극적 긴장을 소리와 관현악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마지막 곡은 2022년작 ‘묵(?)’이다. 이 작품은 형식을 먼저 정하지 않고 음의 흐름 속에서 구조가 생겨나도록 한 작품이다.

 

이건용은 “50여년간 발표했던 작품들을 다시 살펴보니 현대 음악, 전통 음악, 오페라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나를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와 힘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무대는 관객들이 그 ‘이건용다움’의 정체를 국악의 언어로 함께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택 예술감독은 “이건용 선생님은 국악과 양악의 경계를 넘어 한국적 정서를 현시대의 음악 어법으로 풀어내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오신 분”이라며 “이번 공연이 거장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경험하고 우리 창작 음악의 나아갈 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