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책임 정치’ 메시지 이후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구도가 정청래 대표 거취 문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가 정 대표의 연임 포기를 압박하는 가운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면서도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정 대표가 숙고를 이어가는 사이 출마가 유력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은 각각 광폭 행보에 나서며 당권 경쟁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
정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와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을 9차례가량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월드 클래스의 세계적인 지도자”로 치켜세우는 한편, 6·15 남북공동선언 26주년을 언급하며 6·3 지방선거에서 거둔 강원지역 성과를 부각했다.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및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으로 남북 접경지역이 완화된 점을 언급하면서 강원지역 기초자치단체 18곳 중 강릉을 비롯한 11곳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강조한 것이다. 선거를 치른 지 열흘 이상 지나서다.
정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언뜻 남북평화 기조 덕에 강원에서 낙관적인 선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정부에 공을 넘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선거를 “패배”(황명선 최고위원)로 규정한 친명계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환송하지 못한 뒤 “정권은 짧다” 발언으로 당청 관계에 긴장을 불러왔던 정 대표가 ‘서울 패배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친명계는 김 총리에게 힘을 실으며 연일 정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김 총리 측근으로 꼽히는 강득구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여당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이자 국민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자리”라며 “적을 만드는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현일 의원도 페이스북에 “잦은 당·정·청의 엇박자로 국민께 불필요한 피로감만 안겨드린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이날 거취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다. 대신 친청(친정청래)계 인사들은 역할 분담을 한 듯 친명계와 김 총리를 향해 잇단 견제구를 날렸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1인 1표제’를 거론하며 “당원 주권 정당을 향한 민주당 개혁도 결코 멈추거나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계파 간 신경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당내 백서 발간 작업도 당권 경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백서 일정과 관련해 “전당대회 전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청래 지도부 아래에서 선거 평가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조 사무총장은 “당권 이슈가 던져지면서 평택·전북 선거의 균열 구조를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 이어 김 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당대회 출마를 굳힌 김 총리는 이날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민주당 당선인들과 ‘국토공간 대전환’ 관련 간담회를 열며 보폭을 넓혔다. 그는 “당선된 분들 얼굴 보고 손잡으니 기를 확 받네”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저녁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을 거쳐 “(총리 공백 없이) 6월 말∼7월 초가 되면 물러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대 출마와 관련해 “당에 돌아가서 말하겠다”고 하면서도 “임기 중반으로 가면서 여러 정치적 어려움도 있어 당이 안정적으로 정부와 이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도록 당에 가서 (제가)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높았음에도 서울시장 패배 등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은’ 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에는 충분한 취합·숙의 과정이 맞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도 18일 영남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송 의원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