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한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회고록 ‘그때 거기, 김덕룡이 있었다’(메디치미디어)를 출간한다.
16일 출판계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이달 하순 회고록을 펴내고, 오는 29일 오후 3시 국회박물관 2층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 책은 김 이사장이 직접 겪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과 정치 인생, 국가 개혁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목격한 역사적 장면들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증언한다.
책에는 1964년 6·3항쟁을 비롯해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운동, 1987년 민주화 항쟁, 문민정부 출범, 그리고 통일·재외동포 정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이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 시절 한일협정 반대운동인 6·3항쟁을 주도하며 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한일 국교정상화에 대해 학생과 시민들이 ‘굴욕외교’라며 반발했고, 김 이사장 역시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그 결과 제적과 탄압을 겪었지만,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한 그는 민주화운동의 중심부에서 활동했다. 유신체제와 신군부 시절 야당 정치인들이 겪어야 했던 감시와 탄압, 민주주의를 향한 치열한 투쟁 과정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 야권 지도자들의 고뇌, 민주화 세력 내부의 갈등과 협력,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적 결단 등이 당시의 분위기와 함께 소개된다.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헌신 속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저자는 1987년 체제 이후 국민이 기대했던 민주주의가 실제 정치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또 어떤 한계를 드러냈는지를 솔직하게 돌아본다.
문민정부 시절 단행된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등 개혁정책의 추진 과정과 의미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는 개혁의 성과를 평가하는 한편 개혁이 지속되지 못한 이유와 한국 정치가 여전히 지역주의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을 성찰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내며 경험한 남북관계의 현실, 한반도 평화의 과제, 세계 각지 재외동포 사회의 역할에 대한 견해도 소개한다.
평생 ‘개혁보수와 중도진보’라는 통합과 실용의 정치를 추구해 온 김 이사장은 1988년 제13대 국회에 입성한 뒤 서울 서초구에서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역임했으며 정치권에서 ‘상생의 정치’를 주창했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정치인이라는 독특한 정치적 위치 속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경험하기도 했다.
국회를 떠난 뒤에도 이명박 정부 국민통합특별보좌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문재인 정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을 맡아 정파를 넘어 활동했다. 현재는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이사장,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총재,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 UN한반도평화번영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이 회고록의 가치는 개인의 영광을 과시하는 데 있지 않다. 저자는 자신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다 자신이 목격하고 경험한 시대를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민주화 세대가 걸어온 길을 통해 오늘의 민주주의를 성찰하고 미래 세대에게 역사적 교훈을 전하려는 의지가 책 전반에 담겨 있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많은 국민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뤄낸 소중한 성과”라며 “이 책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역사적 교훈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