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등 국내 에너지 산업을 키우려면 보조금 지원 뿐 아니라 인프라 지원을 통한 가격 경쟁력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다르면 윤여창 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시장 설계’ 보고서를 지난달 공개했다. 최근 에너지 산업이 전력 공급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국이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한편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도 해상풍력, 청정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대상으로 별도 경매시장이나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국내 생산 제품 활용을 평가에 반영하는 등 이런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산업의 국내 육성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송전망 확충 등 인프라 구축, 전력시장 개편처럼 시장 진입과 운영 비용을 낮추는 ‘수평적 지원정책’과 보조금, 세제·금융 지원, 입찰 가점 등 방식의 ‘수직적 지원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모형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수평적 지원과 수직적 지원의 정책 조합이 국산 제품 사용 비중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시장 왜곡을 줄이고 경쟁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봤다. 윤 연구위원은 “청정에너지 산업을 신산업으로 한국이 육성하려면 중국 등과 경쟁을 많이 하게 되는데 한국이 가격 경쟁력,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어 “자국산 비중을 고려하는 등 에너지 시장에서도 산업 기여, 고용기여에 추가점으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인프라를 잘 깔아주는 수평적 지원 자체도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국내 기업에 훨씬 큰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를 조합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에너지 지원 정책 설계 시 ‘통상 리스크(위험)’도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강하게 통합된 산업의 경우 국내 생산 우대 정책이 오히려 부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보복을 유발해 향후 수출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수 중심이거나 공급망 왜곡의 부작용이 적은 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추가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정책은 일시적인 보호수단이며 영구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지원정책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거나 굳어지지 않도록 일몰 조항을 포함한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유연하게 수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