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오전 10시 2026 북중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A조 조별리그 한국 대 멕시코 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평일 일과 시간에 배정된 경기 일정 탓에 직장가에서는 ‘시간단위 휴가’를 신청하거나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중소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자율 시청을 전향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주요 대기업 역시 각 사의 근태 규정에 맞춰 유연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며 호응하고 있다.
◆ 19일 오전 10시 킥오프…평일 직장인들 반반차 물밑 셈법
한국 대 멕시코 경기는 6월 19일(금)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한국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A조에서 체코·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과 차례로 맞붙는다.
문제는 경기 시각이다. 오전 10시라는 시간대는 출근은 마쳤지만 한창 업무가 진행되는 시간이다.
이에 ‘반차’(하루 4시간)를 쓰기 애매한 탓에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2시간 단위의 ‘반반차’, 또는 1~2시간 단위의 시간제 연차를 활용하는 방안이 확산하고 있다.
◆ 주요 대기업의 월드컵 관람 지원 및 근태 지침
주요 대기업들은 사내 근무 유연성이나 엄격한 근태 규정에 따라 각기 다른 노선을 택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용주의적 용인 기조를 보였다. 수원 본사 각 건물 로비와 강당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중계하며, 사내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시청하도록 배려했다.
SK그룹은 사내 유연근무제 덕에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다. 주요 계열사들이 도입한 격주 주 4일 근무제(휴무 금요일)와 겹쳐 각자 업무를 조율하거나 휴가를 내고 시청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축구단이 주최한 일회성 단체 관람 행사가 열렸으나, 현대차는 참여 직원들에게 이동 시간을 포함한 관람 시간 전체를 근무 시스템상 비(非)근로시간으로 명확히 입력하라는 엄격한 지침을 내렸다.
반면 LG그룹은 여의도 트윈타워 사내 식음공간인 야구펍을 개방해 단체 관람을 진행했고, 용산 LG유플러스 사옥에서는 대형 모니터와 간식을 제공하며 베스트드레서에게 팀 회식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금융권도 대규모 단체 응원이나 부서별 지원을 통해 월드컵 열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으며, 특히 고객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식품업계는 되레 월드컵을 사내 단합과 사기 진작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 “사장도 어차피 볼 거...”…일부 직장 분위기 훈훈
이런 흐름은 중견·중소기업으로 전해진다. 업무 집중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PC나 스마트폰으로 음성적 시청을 하는 것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 탓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팀장님이 알아서 신청하라고 했다”, “사장님이 어차피 다 볼 거 반반차 써도 된다고 했다” 등 전향적인 사내 분위기를 전하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간단위 휴가 제도를 도입한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불가피한 업무 공백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려는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일부 직장의 분위기로, 업종·규모·회사 문화에 따라 온도 차가 크다. 모든 직장에서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한 시간단위 휴가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 월드컵 시즌, 시간단위 휴가 제도 확산 계기 될까?
스포츠 빅이벤트마다 반복되는 음성적 시청 관행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제도 정착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간단위 연차 개정안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처럼 먼저 시간단위 휴가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선례, 그리고 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리면서 오전 10시 킥오프를 계기로 시간단위 휴가 문화가 더 넓게 퍼질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25일(목) 열리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 역시 오전 10시에 시작되어 직장가 일상에 다시 한번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