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표만으론 안 된다”…기업 건강관리, 이제는 ‘혈당’ 본다

기업의 임직원 건강관리가 ‘연 1회 건강검진’에서 일상 데이터를 활용한 사후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혈당, 체중, 식사, 운동 데이터를 짧은 주기로 확인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16일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8%다. 당뇨병 전단계는 2021~2022년 통합 기준 41.1%에 달한다. 이미 직장인 건강관리에서 혈당은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웰다(Welda) 제공    

KT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엠서클의 대사 건강관리 플랫폼 ‘웰다(Welda)’를 활용해 진행한 ‘2026 KT 1기 혈당 관리 캠페인’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약 2주간 진행됐다. 대사 건강관리가 필요한 KT 임직원 190명이 참여했고, 이들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착용한 뒤 웰다 플랫폼과 연동해 혈당 변화를 확인했다.

 

KT에 따르면 참여자 가운데 절반인 95명이 혈당 개선을 경험했다. 개선군의 평균 혈당은 126mg/dL에서 121mg/dL로 약 4% 낮아졌다. 상위 개선군 19명은 155mg/dL에서 138mg/dL로 약 11% 떨어졌다.

 

건강구간이 한 단계 이동한 사례도 나왔다. 당뇨 단계에서 전단계로, 전단계에서 정상 구간으로 옮겨간 참여자가 10명으로 집계됐다. 체중은 109명이 줄었다. 종료 후 설문에 응답한 133명 중 125명은 재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혈당 관리는 병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대사질환은 초기 자각 증상이 적고, 식사·운동·수면 같은 생활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건강검진에서 한 번 수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평소의 혈당 변화를 알기 어렵다.

 

연속혈당측정기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정 기간 센서를 착용하면 식사 후 혈당이 얼마나 오르는지, 운동이나 수면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숫자를 보는 순간 식습관을 바꾸는 동기가 생긴다.

 

직장인은 특히 관리가 쉽지 않다. 회의와 야근, 외식, 배달 음식, 불규칙한 수면이 반복된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도 실제 생활을 바꾸기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이다.

 

KT가 활용한 웰다는 엠서클이 2024년 10월 선보인 혈당관리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웰 다이어트(Well Diet)’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웰다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혈당 수치, 식사, 운동량 등을 기록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식사와 생활습관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별점은 센서 착용 이후다. 연속혈당측정기를 2주간 착용하면 이후에는 센서 없이도 음식별 혈당 반응을 예측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음식 사진을 찍으면 식사 기록을 돕는 기능도 갖췄다.

 

단순히 적게 먹는 다이어트와는 접근법이 다르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떨어지는 흐름을 줄여 허기와 폭식 충동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식습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업 보건관리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이상 소견이 나오면 개인이 병원을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검진 이후의 행동 변화까지 기업이 관리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이미 비만, 고혈압,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식이조절, 운동, 모바일 자가기록, 전문가 상담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모바일 앱과 메신저를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방식도 확산됐다.

 

CGM 시장도 당뇨병 환자 중심에서 일반 건강관리 시장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카카오헬스케어, 한독, 아이센스 등도 혈당 데이터와 생활습관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센서 없이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혈당을 예측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 건강관리가 복지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고, 결근과 생산성 저하를 줄이는 관리 영역이 됐다. 혈당은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은 조기 발견보다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기업들도 검진 이후 사후관리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며 “임직원 건강 증진이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경영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