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고인 가족에 연락 시도 없이 ‘공시송달’ 후 궐석 재판은 위법”

소재가 불분명한 피고인에 대해 사건 기록에 기재된 피고인과 가족의 연락처로 연락을 시도하지 않고 공시송달로 처리한 뒤 불출석 재판을 진행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 준수 등),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뉴시스

A씨는 2013년 강간미수죄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임에도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뒤 관할 경찰서에 바뀐 연락처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차 재판에 넘겨졌다.

 

각 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했다.

 

항소심은 공소장에 기재된 A씨의 전남 무안군 주거지로 소환장을 수차례 보냈으나 송달되지 않자 경찰에 A씨에 대한 소재 탐지를 요청했다.

 

무안경찰서는 2024년 5월 A씨가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이라고 밝혔다. 요청을 넘겨받은 영등포경찰서는 그해 11월 ‘해당 주소지에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나 부재중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한 달 뒤인 그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소환장을 공시송달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경우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부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A씨가 이후 열린 공판기일에도 두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자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없이 소송절차를 진행한 뒤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에 대한 다른 사건 기록 중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 A씨 형의 휴대전화 번호, A씨의 다른 휴대전화 번호 등이 기재돼 있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연락을 시도해보지 않았다.

 

이후 A씨가 뒤늦게 상소권 회복 청구를 해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공시송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을 때만 할 수 있다”며 “피고인이나 가족의 전화번호 등이 기록상 나타난 경우에는 그 전화번호로 연락해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해보는 등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록에 나타나는 피고인의 주거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곧바로 공시송달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배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