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한 잔이 3만원, 간단한 식사 한 끼가 8만원이다. 여기에 결승전 티켓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 직후부터 경기장 물가와 티켓 가격을 둘러싼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전세계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월드컵이 더 이상 서민들의 축제가 아니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야후스포츠와 토크스포츠 등 외신에 따르면 ESPN 아프리카 소속 기자 에디 도브는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모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취재하던 중 경기장 매점에서 음식값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다.
도브 기자가 구매한 음식은 샐러드와 생수, 크루아상, 닭가슴살 등 비교적 간단한 메뉴였다. 그러나 계산대에 찍힌 금액은 52.98달러(약 8만원)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너무 배가 고파 가격도 확인하지 않고 주문했다”며 “결제 후 금액을 보고 놀랐지만 환불받기 위해 다시 줄을 서기가 민망해 그냥 구매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촬영한 동료 기자는 이 가격을 두고 “대낮의 강도 행위(daylight robbery)”라고 표현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팬들의 불만은 경기장 곳곳에서도 쏟아졌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는 생수 한 병이 5달러(약 7500원), 맥주 한 잔은 최대 19달러(약 2만9000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킨 텐더 역시 19달러 수준이다. SNS 등지에는 “음식값이 티켓값만큼 부담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은 식사 한 번에 수십만원이 든다”, “이 정도면 폭리”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월드컵 티켓 가격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과 토크스포츠 등에 따르면 FIFA는 조별리그 경기 입장권을 최저 140달러(약 21만원)부터 판매했다. 뉴저지에서 열리는 결승전 일부 좌석 가격은 1만 달러(약 1500만원)를 넘겼고, 한때 재판매 시장에서는 3만 달러(약 4500만원)에 육박한 사례도 등장했다.
가격 부담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개최국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자신에게 배정된 개막전 티켓을 21세 시민에게 양도하고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그는 자국에서 열리는 경기 역시 관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멕시코 현지 팬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멕시코는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지만 정작 월드컵을 직접 보러 가는 것은 서민들에게 불가능한 일이 됐다”면서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TV로만 봐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FIFA는 각국 축구협회에 약 13만장의 할인 티켓을 별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티켓 가격은 60달러(약 9만원) 수준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가격 논란에 대해 “60달러는 미국 내 주요 스포츠 플레이오프 경기와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월드컵 평균 입장료 역시 미국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가장 저렴한 편”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축구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 세계 211개 회원국 축구 발전을 위해 재투자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경기장 음식값부터 입장권까지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축구는 모두의 스포츠’라는 월드컵의 상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